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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어린이 선언, 어린이 기본소득

오늘은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이 된 날입니다. 흔히 어린이날은 우리 사회 “미래”로 여겨지는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날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초의 어린이날은 어린이가 충분히 존중받는 ‘지금’을 만들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100년 전 오늘, 방정환 선생과 어린이 시민들은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시라”,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라”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여전히 이 요구가 유효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마주합니다.

“기본소득을 몇 살부터 줄 것인가?” 기본소득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꼭 받는 단골 질문입니다. 모두에게 조건없이 주어야 한다는 정의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에게 기본소득은 시기상조”라는 반대가 뒤따라옵니다. 

어린이는 미성숙한 존재라 돈을 잘 쓰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사회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어린이에게 왜 기본소득을 주어야 하는가’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어린이 기본소득에 따라붙는 반대는 어린이를 미숙한 존재,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그러나 한번 상상해봅시다. 어린이가 자신의 몫으로 직접 기본소득을 받고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그 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이미 어린이 기본소득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판동초등학교가 있죠. 판동초 어린이들은 대부분 기본소득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기본소득 경제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공동체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평등하게 주어진 기본소득은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느꼈던 불평등 격차를 줄여주었고, 공동체의 힘을 배우게 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확신합니다. 기본소득은 어린이가 자신의 삶과 관계를 오롯하게 자신의 힘으로 가꿔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어린이는 사회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편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 용혜인과 기본소득당은 무엇이 ‘사회적 기여’인지 반문합니다. 임금 노동만을 사회적 기여로 바라보는 관점은 이미 낡았습니다. 임금노동에 포괄되지 않는 수많은 이들의 활동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다루는 “유퀴즈”의 인기가 보여주듯, 개개인의 삶은 그 자체로도 가치와 울림을 가집니다. 

어린이의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이가 살아가고 싶은 모양으로 삶을 살아가며 자라는 것, 그 자체가 사회적 기여일 것입니다.

기본소득당의 슬로건,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에는 그동안 권리에서 배제된 이들을 호명해왔습니다.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권리에서 배제되어온 어린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이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어린이를 친권자의 소유물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보편적 기본소득 실현은 어리다는 이유로 그동안 미뤄왔던 기본권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직접 되돌려주는 발걸음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어린이청소년 기본소득을 어린이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는 21세기 어린이선언으로 만들어내겠습니다. 어린이의 경제적 권리를 위한 입법과제는 다양하게 남아있습니다. 한 사람의 국회의원으로서 이런 입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고민하고 힘쓰겠습니다.

100년전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가 동등한 시민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꿈꿨습니다. 그 꿈을 이어가겠습니다. 어른의 호의에 기댄 선물과 용돈이 아니라, 기본소득이 주어지는 어린이날을 함께 꿈꿔주시길 청합니다.

2022년 5월 5일

100번째 어린이날을 맞아

국회의원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