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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의문

취임식에 다녀왔습니다.

자유, 인권, 공정, 연대를 말하는 대통령의 언어는 너무나도 공허해 보였습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통수권자로서 신임 윤석열 대통령이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하느냐에 대해 여전히 깊은 의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와 언론을 검찰권력으로 흔들려 한 고발사주의 핵심이라는 의혹,

검사 시절 삼부토건과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

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를 압수수색하는 정치검찰 본색,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이르기까지

합리적 의심은 풀리지 않았고 권한의 남용은 심판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심각한 흠결에도 다수의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을 치유하고, 각자의 몫을 합당하게 가져가는 공정함을 향한 소박한 열망이 기대로 치환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요 공약들이 파기되면서 이 정당성마저 크게 훼손되어 가는 듯합니다.

50조 추경과 온전한 손실보상은 33조 추경과 차등적 손실보상으로,

취임 즉시 병사월급 200만원 공약은 시시각각 허물어지는 모래성이 됐습니다.

이런데도 사과는커녕 '지록위마'식 말장난으로 상황을 모면하기에 급급합니다.

집무실 용산 이전 과정에서 보여준 제왕적 대통령 행태는 실망스러웠습니다.

끝끝내 여성가족부를 인구가족부로 바꾸려 하는, 낡디낡은 인식도 유감입니다.

하명으로 여야 합의를 무력화시키고 검찰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태도는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도전입니다.

남은 것은 '문재인과 민주당과 반대로 간다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거야' 같은 주술적 믿음 뿐인 것 같습니다.

무지개까지 뜬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운 날씨가 축복하는 취임식일지라도, 제 눈에는 먹구름이 가득한 모노톤의 풍경이 비쳤습니다.

지금으로선 의례적인 축하와 기대의 언어도 입밖에 쉬이 나오지가 않습니다.

신임 대통령보다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대한민국이 쌓아온 역사와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지와 저력을 믿고 앞으로의 시간을 헤쳐 나가야겠습니다. 

2022년 05월 10일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