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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스트레스‧직장갑질에 산재 신청…1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158명. 작년 한 해 동안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이들의 숫자입니다. 이틀에 한 명 꼴로 직장 내 스트레스로 삶을 등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율이 가장 높고, 자살을 선택한 이들 중 절반은 직장인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더 많은 이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저 용혜인과 직장갑질119가 함께 분석한 결과 2021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사망자는 158명으로, 재작년보다 2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질환이 산재로 인정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늘어난 신청건수에 비해, 실제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비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습니다. 작년만 해도 신청 건수의 절반 가량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존재했다는 것, 그로 인해 정신질환이 발생했다는 것 모두 피해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주변에 알리지 못하거나, 정신병원의 진단을 받지 않았던 피해자들은 질병의 입증조차 어렵습니다. 심지어 산재 입증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은폐하려 들거나 2차 가해를 하는 경우 역시 다반사이기에 산재 인정을 받아내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당사자 없이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자살의 산재 인정 과정은 더욱 까다롭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은 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직접 산재 입증을 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야 하고, 지난한 법정 싸움도 견뎌내야 합니다. 유가족들이 마음을 회복하기는커녕, 더욱 지쳐버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정신질환 산업재해 신청이 늘어나도, 그 인정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다면 이는 오히려 법의 시행 취지를 훼손하는 일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직장 내 괴롭힘 방치법’이 되지 않도록 변화가 필요합니다.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원인이 된 일터에 책임을 묻는 제도를 갖추고 산업재해의 인정기준 역시 새롭게 정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입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정신 질환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소한 문제’ 혹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시선을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직장 내 괴롭힘’, ‘과로’, ‘직장 내 성희롱’을 제대로 끊어낼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결국 직접 생을 마감한 이들께 깊은 애도를 전합니다. 모든 노동자가 일터에서 존엄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저 역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2년 6월 21일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