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거대한 퇴보가 있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법률로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Roe v. Wade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수많은 희생을 대가로 겨우 쟁취한 권리가, 일군의 보수주의자들의 수십년간의 로비로 조금씩 밑둥이 파헤쳐지더니 결국 꺾여 나가고야 말았습니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해서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국제사회가 일제히 미국의 결정을 비난한 데서 보듯, 여성의 임신중단권은 이미 역사적으로 판단이 끝난 문제입니다. 낙태를 처벌한 오랜 과거가 여성의 재생산 권리를 짓밟고 불법 낙태로 몰아가 생명까지 앗아간 재앙적 진실을 처절하게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우리의 길은 달라야 합니다.

미국처럼 낙태죄의 부활이 아니라, 비범죄화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여성에게만 낙태의 죄를 물어 처벌하면서, 음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는 사회가 눈과 귀를 닫고 생명을 존중한다 외치는 최재형 의원 식 무책임함과는 영원히 작별해야 합니다. 형법상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이 시점에, 임신중단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여성의 선택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가 제도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길로 가는 권인숙 의원님의 법안 발의에 동참했으며, 기본소득당은 임신중단의 건강보험화와 임신중단 약물의 도입과 비치를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꾸준히 말씀드렸습니다.

분노와 슬픔 속에서 투쟁하는 미국 시민들에게 연대의 뜻을 밝히며,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더불어 낙태죄 헌법불합치에 따른 입법공백을 끝내기 위한 대한민국 국회의 논의를 촉구합니다. 우리 시대의 Roe를 위해 해야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2022년 6월 27일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