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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대표도 피해갈 수 없는 검찰 캐비넷

지금까지 제시된 증거들로 미루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본인의 성상납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이른바 '7억 각서'를 요구하는 등의 행각을 벌인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윤리적으로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한 부적절한 행동임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중징계는 불가피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시각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애초에 이 건은 어떻게 불거졌던 것일까요?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사퇴하며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한창 갈등 중일 때, 가로세로연구소가 대전지방검찰청의 수사자료를 인용해 성상납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검찰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발단은 어떤 루트에서건 수사정보가 흘러나왔다고 봐야 할 겁니다.

검찰세력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의 이익에 봉사하는 정보가 이렇게 기막힌 타이밍에 유출된게 과연 우연인지 의문입니다. 여당 내 권력 암투에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긴밀하게 공조한 것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준석 대표의 잘못된 대응과 나비효과를 일으켜 초유의 여당 대표 실각으로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이준석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진위를 가려야 합니다. 그러나 진실규명과는 별개로 혹시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누군가의 정치적 이익에 복무하기 위해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정치화된 수사기관과 결탁한 반복된 정치공작은 정치를 궁정쿠데타의 영역으로 한정시키고, 국민과 언론과 정치의 시선을 국민의 삶과 관련한 문제가 아닌 정치인들의 권력투쟁 문제로 강제 이동시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정의구현의 주체로 떠오르는 자는 검찰권력이고, 민중들은 부패한 정치인들을 단죄하는 검사들에게 매료됩니다. 자연스럽게 검찰권력 자신이 정치권력으로 떠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민주화 이후에 이 과정은 천천히 진행되어 왔고, 근 3년 동안 급가속 페달을 밟았으며 결국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까지 거머쥐면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검찰이 인사, 사법, 금융, 정보기관의 요직을 장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기에 이준석 대표의 징계는 '징후적 현상'입니다. 야당도 '구태 청년 정치인'이 알아서 숙청됐다고 마냥 박수칠 일은 아닙니다. 권력의 상층부를 완전히 장악한 사정권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캐비넷에서 자료를 꺼내들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기성 보수정치가 얼마나 로비와 회유, 접대로 점철되어 있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지 보여줬습니다. 보수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되었던 30대 당대표도 구습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동시에 이전투구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사정기관의 개입과 정상적 정치과정의 왜곡에도 눈을 떼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정치인의 심판이 특정집단의 이익에 복무하는 방식일 때, 민주주의는 끝입니다.

2022년 7월 8일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