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00일, 단 한 평도 내어주지 않는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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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한적한 국회에 청년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진실과 치유의 기억공간을 위한 국회포럼, <단 한 평도 내어주지 않은 국가> 토론회를 찾아주신 분들이었습니다. 대학생 청년을 비롯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 시민들까지 70명에 가까운 참석자분들이 자리를 빼곡이 채워주셨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저는 스물다섯 살 대학생이었습니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거리에 나섰습니다.

국화꽃을 들고 청년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참사를 직면하고 기억하려는 이들과 함께 걸었던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다시는 그러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정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치인이자 한 명의 시민으로서 부끄럽고 괴로웠습니다. 국가는 “세월호 이후는 달라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외침에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참사에 무책임했던 정치가 또 다른 사회적 참사를 낳았습니다. 2014년, 동세대의 허망한 죽음을 목격했던 ‘세월호 세대’는 이태원 참사로 다시 한 번 또래를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저와 함께 이 토론회를 준비한 청년들은 ‘세월호 세대’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소년이었고, 스무 살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태원 참사를 마주했습니다. 국가에 대한 신뢰도 믿음도 사라진 자리에서 ‘막막함’과 ‘무력감’을 느꼈지만, ‘피하면 아무것도 달라질 수 없다’는 마음 하나로 이태원 참사에 연대하고자 나섰습니다. 생존자, 유가족 등 재난 피해자의 곁에서 힘이 되고자 각자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국정조사가 마무리 될 즈음,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청년들의 의지를 국회에 전달하고자 청년·대학생 특별보좌역 다섯 분을 임명했습니다. 분향소 지킴이 활동을 함께하고,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공부하며 한 계절을 함께 보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시간들의 결과물이고, 더 많은 청년들과 함께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시작점입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200일이 다가옵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기억과 치유의 출발점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조차 거부했습니다. 심지어 서울시는 시민분향소에 2900만 원의 변상금을 부과하며, 기억공간을 지키려는 유가족과 시민들의 노력을 ‘불법’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잊어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정부여당에 맞서, 끈질기게 기억의 투쟁을 이어가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회적 기억을 형성하고, 진실과 치유의 장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세월호 세대’인 우리의 정치일 것입니다.

저와 기본소득당은 청년들이 함께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는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예정입니다. 지난 4월, 기본소득당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유가족들의 투쟁에 연대하려는 청년들과 청년지원단을 구성했습니다. 오늘부터 각종 대학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국회에서, 대학 곳곳에서, 일상에서 빼곡하게 기억과 연대의 장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정부여당의 외면과 무책임에 맞서, 끈질기게 기억의 투쟁을 이어가겠습니다.

토론회를 함께 만들어주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를 비롯한 모든 공동주최 단위, 선배동료 의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어렵고도 중요한 이야기를 기꺼이 꺼내주신 모든 발제자, 토론자 분들과 좌장님께도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23년 5월 15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