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민주항쟁이 37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37년 전 유월,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온몸으로 맞서 싸웠던 민주열사분들과 민주시민 여러분께 고개숙여 존경의 인사를 전합니다.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는 박종철과 이한열을 빼고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끝에 숨진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독재에 항거하며 온몸으로 싸운 이한열 열사가 없었다면,

그리하여 거리로 쏟아져나온 수많은 열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부득불 열거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박종철과 이한열이 아직까지도 민주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종철, 이한열을 비롯한 민주화 열사들은 37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불리고 있습니다.

21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통과시켰던 민주유공자법은 이 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꼭 필요한 법이었습니다. 유가족과 민주시민들이 30여년을 기다려 제정해낸 법을, 윤석열 대통령은 단 하루만에 거부했습니다. 여든이 훌쩍 넘은 고령의 유가족께서 아스팔트에 오체투지를 했었어야 했던 간절함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할 수 없었을 선택입니다.

한덕수 총리는 재의요구권에 대한 근거로 민주유공자법이 ‘유공자 대상자 선정이 자의적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조차 거짓말입니다. 민주유공자법에 명시된 대상자는 이미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그 공헌을 인정받은 사람들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에 더해 필요할 경우 국가보훈부 보훈심사위원회가 최종심사해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한덕수 총리가 주장하는 ‘자의적인 선정’이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없는 꼬투리까지 잡아가며 휘두르는 대통령의 반헌법적 거부권 앞에서 참담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은, 검찰총장이었던 대통령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87년 민주주의’의 토대 덕분이라는 점입니다. 민주열사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통령 본인 역시 빚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저 역시 앞선 세대의 희생과 헌신에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오직 한 마디, 민주주의”를 외쳤던 열사들의 삶이 우리 민주주의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수 있도록, 기본소득당 역시 소명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2024년 6월 10일

제37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