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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의원님, 의원님에게 필요한 것은 기본소득 비난이 아닙니다.

홍준표 의원님,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입니다.

홍 의원님께서 "기본소득이라는 건 전 세계에서 단 한 번도 실행해본 일이 없고, 실행하지 않는 정책"이라며 "알래스카 사례는 석유에서 나오는 이익금을 분배하는 것이지 기본소득이 아니다"라고 쓰신 SNS 글을 기사를 통해 접했습니다.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알래스카 사례는 공동의 부를 모두에게 조건 없이 동등하게 나누는 것, 즉 기본소득의 정의에 완벽하게 부합합니다. 석유에서 이익금을 분배하건, 토지에 세금을 매기건 전 국민에게 일괄적인 소득세를 부과하건 사회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겁니다. 이름이야 배당, 수당 등으로 달라질 수가 있죠.

홍 의원님이 무소속으로 출마했어도 결국은 보수야당의 일원임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알래스카 이야기는 접어두고, 그래서 대선후보 정도 되는 사람들은 뭘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요?

코로나 국면에서 상류층의 소득은 더 늘고 하위층의 소득은 줄었습니다. 토지와 주식과 가상화폐에서 나오는 소득이 노동에서 나오는 소득을 압도합니다. 격차는 전례 없이 커져가고, 불안과 분노가 국민의 마음을 지배합니다.

디지털과 플랫폼이 산업과 노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시대에,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담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지금 시대가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덕목은 변화에 소극적인 겁쟁이의 리더십이 아니라, 과감하게 변화를 이끌어낼 리더십일 겁니다. 대공황을 이겨냈던 뉴딜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비버리지 보고서도, 노사관계의 신기원을 연 살트셰바덴 협약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봉합할 수 있던 무제한 양적완화 같은 조치는 모두 전례 없던 것이었습니다.

홍준표 의원님처럼 사법시험을 부활시킨다거나, 미뤄온 사형을 집행한다거나, 쿼터 아파트를 공급한다거나, (딱히 세지도 않은) 강성노조를 때려잡는다거나 하는, 과거의 일기장이나 들춰서 표를 얻으려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절대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가 없습니다. 80년대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향수나 달랠 수는 있을 겁니다.

의원님은 시원시원하게 말씀을 잘하시고 또 의원님 동년배들과는 다르게 SNS를 잘 활용하시는 분이시라고 생각하지만, 홍 의원님의 인식은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올드하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딱히 현실에 맞지도 않고, 매번 비슷하게 반복되는 베네수엘라 타령은 이제 그만하시고 겁쟁이가 아닌 담대한 리더십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