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송파 세 모녀가 세상을 떠난 지 11년이 되는 날입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야 했던 송파 세 모녀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모든 분을 깊이 애도합니다.

”송파 세 모녀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던 정치권의 약속은 오늘날까지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배동 모자 사건, 창신동 모자 비극, 수원 세 모녀 참변에 이어 불과 2주 전에도 부산에서 생활고를 호소하던 세 모녀가 쓰러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11년 동안 오로지 선별복지에 천착해왔던 정치가 철저하게 실패했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만 정확하게 골라내 지원할 수 있다’는 허상에 사로잡혀 땜질식 처방만 반복해 왔던 정치가 수많은 죽음을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가난이 가져오는 불행은 변화무쌍한 데 반해, 행정은 언제나 무력했습니다. 소득, 자산, 연령, 장애 여부, 직업, 부양자 유무, 결혼여부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수급 기준은 절박한 순간에도 국민이 국가를 찾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현장의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애쓰면서도 철저하게 대상자를 선별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과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2025년, 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판가름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윤석열 파면 이후 단순히 기존의 헌정질서를 복구하는 데에만 머물러선 안 됩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무너뜨렸던 윤석열 정부의 ‘각자도생 대한민국’을 넘어,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모든 국민의 삶을 보장하는 나라로 나아가야 합니다.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미래, 모든 시민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는 전환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고, 또 실현해야 하는 길입니다.

실패를 반복했던 과거를 단호히 끊어내야만, 송파 세 모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2025년이 기본소득 대한민국의 기틀을 마련하는 해가 될 수 있도록, 기본소득당이 최선두에서 나아가겠습니다.

2025년 2월 26일

송파 세 모녀 11주기를 추모하며

기본소득당 당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