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본소득당 대표 용혜인입니다.

살릴 수 있었습니다.

안전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졌다면,

그리하여 고인을 지켜야 할 방호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고인의 곁에 단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었다면,

그리하여 고인의 옷이 끼었을 때 누구라도 비상정지 버튼을 눌렀다면.

故 김충현 님은 오늘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갔을 겁니다.

한전KPS가 정비인력을 줄이지 않고 2인 1조 작업원칙을 지켰다면.

정부가 김용균 특별조사위원회의 권고를 철저히 이행해

발전노동자의 직접고용과 정규직화에 나섰다면.

국회가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 아니라

김용균의 동료들을 지키기 위한 제대로 된 법 개정에 나섰다면.

故 김충현 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곁에 숨 쉬고 있었을 겁니다.

'김용균이 또 죽었다'는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치인으로서

깊은 책임감과 송구함을 느낍니다.

'고인이 선반 주변을 임의로 정리중이었다'

'고인의 사망원인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겠다'

서부발전은 또다시 산업재해의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에게 죽음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김용균 씨가 왜 그곳에 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던

6년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故 김용균 님의 죽음 이후,

서부발전 책임자 중 그 누구도 처벌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고 죽음으로 내몬 기업에게

'아무런 죄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무죄판결을 받은 서부발전은 '앞으로도 위험을 외주화해도 된다',

'노동자의 죽음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얻었을 겁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산업재해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첫 걸음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합니다.

또한 수사과정에서 노동현장의 실태가 제대로 파악되도록

발전노동자 당사자와 유가족의 참여를 보장해야 합니다.

나아가, 정부와 국회는 총력을 다해

또 한 명의 김용균, 또 한 명의 김충현을 잃지 않는

'노동안전 대한민국'을 이뤄내야 합니다.

故 김충현 님께서 생전 마지막으로 읽었던 책 제목이

《이재명과 기본소득》이었다는 점이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기본소득은 노동자가 불안정한 소득으로 인해

위험한 노동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입니다.

그렇기에 기본소득당은 창당 이후로 꾸준히

기본소득 실현과 함께,

노동자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힘써왔습니다.

기본소득당은 지난 대선에서 새로운 정부의 과제로

위험 업무에 대한 정규직 전환과 원청의 산업재해 책임 강화를 제시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해

'김용균 있는 김용균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故 김용균 님과 故 김충현 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정치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다하고자 힘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일터에서 죽음을 마주해야만 했던

故 김용균 님과 故 김충현 님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 분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