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커밍」 겨울호 (신지혜의 톺아보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이철빈 위원장의 ‘집’ 이야기
[신지혜의 톺아보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이철빈 위원장의 ‘집’ 이야기
신지혜 (최고위원, 모두를위한복지국가특별위원장)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전세사기 범죄 피해자가 되었다. 내 돈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나, 돌려받을 수 있긴 할까 전전긍긍하며 피해 구제를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평범하게 직장 다니던 청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도둑 맞은 삶’. 완전히 달라져 버린 일상을 마주하며 ‘살아내고 있다’고 담담히 말하는 이철빈 위원장을 만났다(정식명칭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다).
색다른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어요. 자기를 소개하는 대표적인 세 가지 키워드로 본인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제 이름은 이철빈이고요. 현재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전세사기인 것 같고요. 전세사기 전후로 제 삶이 정말로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표현할 만큼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 키워드는 기독교인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조심스럽기도 하고 예민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논할 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 정체성을 규정하는 단어입니다. 한참 생각하고 떠올렸던 세 번째 키워드는 나그네에요. 저는 경북 구미에서 자라 대학을 울산으로 갔다가 지금은 서울에 5년 넘게 살고 있어요. 떠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느껴서 언젠가 정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전세사기 때문에 송두리째 삶이 바뀌었다고 말씀하셨어요. 2022년 2월에 전세사기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2023년 4월에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장을 맡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나요?
전셋집 계약하고 입주했던 게 2021년 11월이었어요. 이사하고 나서 임대인이 보증보험 가입을 해주기로 해서 기다렸는데 소식이 없었어요. 임대인은 보증보험기관에 서류를 냈는데 왜 승인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몇 달 실랑이를 하다가 2022년 2월에 등기부등본을 떼봤더니, 전세 계약 당시에는 전혀 없었던 세무서 압류가 걸려있더라고요. 임대인에게 연락해 보니까 종부세가 너무 많이 나와서 일시적으로 체납이 되었는데 변제하겠대요. 근데 전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나중에 알고 보니까 이미 저랑 계약하기 전에 6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체납했더라고요. 원래부터 임대인은 보증보험 가입이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가입하겠다는 것도 거짓말이었고요.
임대인이 세금을 체납하면 세무서에서 임대인 재산에 압류를 걸어요. (체납이 계속되면) 임대인 소유 주택은 경매나 공매 절차를 통해 처분되는데, 그 과정에서 그 집에 살고 있는 임차인들이 피해를 보죠.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요?
처음에는 잠도 못 자고 일도 제대로 못했어요. 허탈하고 절망적이었죠. 한동안 말도 못 하고 혼자 끙끙 앓았고요. 2022년 5월 정도에는 주변에도 알음알음 알리면서 응원도 받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전세보증금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지켜야 하는 일상도 있고,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으니까 내 삶을 모두 뺏긴 건 아니라고. 그즈음 제가 사는 건물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우리 건물뿐만 아니라 수도권 여러 군데에 피해자가 굉장히 많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네이버 카페나 오픈채팅방에서 피해자들을 만나서 정보를 공유했어요.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전세사기 대응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제가 전세사기 전에 부동산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주택 임대 관리 일도 해봤거든요. 그래서 뭐가 문제고 어떻게 바뀌어야 되는지 조금 더 빠르게 파악하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자연스럽게 피해자 분들하고 이거 해보자, 저거 해보자 제안하면서 앞장서는 일이 많아졌죠. 2023년에는 국회 차원에서 토론회가 열렸고 인천 미추홀구 대책위 분들을 만나게 됐어요. 현행법상으로는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피해 구제나 사기 예방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하는 문제라고 피해자 사이에 공감대가 만들어질 때였어요. 토론회하는 날에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중 한 분이 처음 돌아가셨어요. 그 뒤로 빠르게 피해자 전국대책위를 만들었고, 제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공동위원장을 맡게 됐어요.
전세사기 저지른 임대인이 유명한 빌라왕이었지요?
네, 2022년 10월에 종로구에 있는 숙박업소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고 알려진 사람이에요. 피해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과정도 좀 어이가 없어요.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피해자들이 수백 명이니까 (보증금 돌려달라고) 임대인에게 전화 건 사람들도 많았는데, 전화를 거의 안 받았어요. 근데 어떤 피해자의 전화를 경찰이 받은 거예요. 경찰이 전화 주인이 지금 사망했는데 전화 거신 분은 누구냐며 이 사람 신원을 말해 달라고 피해자에게 요청한 거죠. 그때 피해자들이 임대인 사망을 알게 됐어요.
피해자들도 놀라고 혼란스러웠을 것 같은데요?
굉장히 충격이었죠. 경찰에서 전세사기 수사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임대인이 사망했으니 이로 인해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되는 건지 아니면 묻히게 되는 건지 다 혼란스러웠어요. 그 당시에 빌라왕만큼이나 유명한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사례도 많이 알려지고 그러면서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게 되었던 것 같아요.
피해자들이 모여서 대책위를 꾸린 것도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제가 피해 입은 당시만 하더라도, ‘전세사기가 왜 사회적 문제야? 개인 간의 채무 문제지’ 이런 인식이 많았어요. 예전에도 전세 계약은 있었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일도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거나 정부나 국회가 제대로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로 방치되어 왔죠. 근데 최근의 전세사기는 거기에 더해서 서민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명목하에 국가에서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들이 전세사기를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역할을 하면서 전세 사기 문제가 커졌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구체적으로는 2008년에 도입된 전세대출제도, 2013년에 도입된 전세보증보험, 2017년 말에 발표됐던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정책들이 안 좋은 방식으로 결합되면서 전세사기 일당이 범죄를 저지르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 된 거예요. 공적인 시스템에서 제도를 악용하지 못하게 감시하거나 예방하지 못하여 전세사기가 대규모로 발생한 것이므로 전세사기 피해는 사회적 재난이고요. 전 재산 날리고 앞으로 몇십 년을 빚에 허덕일지도 모를 수만 명의 피해자 규모로만 봤을 때도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상황인거죠.
국토교통부에서 설치한 피해자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24년 10월 25일 기준)가 2만 3천 명이 넘었고, 그 중 70%가 20~30대 청년입니다. 전세사기는 청년 문제, 주거 문제이기도 한데요, 정부여당은 사회적 재난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죠. 전현직 국토부 장관이 ‘사기는 평등하다’부터 ‘피해자가 덜렁덜렁 계약한 탓이 있다’같은 망발을 했고요.
아프기도 하고 제일 화났던 말은 전세사기는 ‘임차인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말들이죠. 잘 알아보지 않고 계약했다거나 욕심부리다가 험한 꼴 당했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시선이 화나고 어이가 없었어요. 저는 부동산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어서 계약 당시 서류를 제가 꼼꼼히 다 떼보고, 저 도와주시는 공인중개사분께 서류 검토도 받았어요. (문제가 있으면) 전세대출 과정이나 보증보험 가입 과정에서 다 걸러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전세사기 당한 다음에 알게 됐죠. 피해자 탓하는 사람에게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권해보고 싶을 정도였어요.
‘전세는 사인 간의 계약일 뿐’이라는 말에도 화가 났죠. 사인 간의 계약이라고 하기에는 공적인 요소가 너무 많아요. 공적 재원을 보증하는 전세대출, 국민 세금 들여 지탱하는 보증보험, 확정일자와 임대차 계약 신고까지 전세 계약은 다 공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이 공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니 국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거죠.
사적 계약에 국가가 재원을 투입하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이유로 전세사기 피해 지원에 반대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금융권이나 건설사의 부동산PF* 부실에 대해서는 정부가 수십조 원의 금융지원을 하잖아요. 부동산PF 부실은 사업 예측 실패로 사업이 어려워진 건데 이건 국가가 보증을 해주고, 삶의 필수적인 주거를 누리기 위해 계약했다가 잘못된 시스템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은 왜 도울 수 없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워요.
정부는 ‘선 구제 후 회수’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죠. 현금을 주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기류가 느껴지더라고요.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한 건 국가가 피해자들을 대신해서 보증금을 먼저 (채권으로) 매입해서 피해자들을 일부 지원해 주고, 보증금 채권을 샀던 금액은 임대인에게 받거나 경매 과정에서 회수하는 ‘선 구제 후 회수’였어요. 피해를 수습하고 피해자들이 빠르게 일상을 회복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거든요. 그런데 두 가지 이유로 거부해요. 한 가지는 개별 피해자에게 현금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구요, 두 번째는 막대한 재정이 들어서 안 된다는데 근거가 빈약해요.
대책위가 추산한 금액은 피해자 2만 명에게 최우선 변제금**을 보장하는데 5천억 원 정도인데, 국토부는 처음엔 5조 원이 든다고 했다가 나중엔 3조 원, 1조 원 이런 식으로 말이 바뀌어요. 국토부도 제시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거예요. 피해자 신청 건수만 집계하고, 제대로 된 실태조사 한 번 하지 않은 거죠. 그래서 피해자들이 지난 1년 동안 국가의 여러 시스템을 활용해서 제대로 실태조사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계속 거부하고 있어요.
[eBook] 전세사기 대란 1년, 이제는 해결할 때! -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
이철빈(지은이) 얼룩소 / 판매가 1,500원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이철빈 위원장이 다양한 전세 사기 유형을 정리하며 피해 전수조사가 필요한 이유를 전자책으로 담아 출간했다.
피해자 대책위가 꾸려지고 면담 요청, 토론회, 기자회견, 집회와 행진, 국회 앞 천막 농성까지 안 해 본 게 없으셨죠. 노력 끝에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고, 한 차례 개정도 했어요. 최근 해비타트가 전세사기피해자를 지원하는 캠페인에서 ‘도둑맞은 삶’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대책위 위원장의 일상은 그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나요?
‘도둑맞은 삶’이라는 표현이 저에게도 많이 와닿아요. 저도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활동하면서 개인적인 일상은 거의 없어졌거든요. 회사 일과 대책위 활동을 병행하면서 시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없을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어요. 기자회견, 집회, 행진 이런 것도 다 처음 접하게 됐고요. 언론 인터뷰나 토론회 발제처럼 전세사기를 알리기 위한 활동들은 가리지 않고 다 해왔어요. 간신히 지나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7월 말에 퇴직하고 피해자 대책위 활동에 전념하고 있어요.
전세사기 이전에는 직장에서 어떻게 커리어를 쌓을지, 전세 계약 끝나고 만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할지 같은 것을 고민했는데, 지금은 다 수포로 돌아갔죠.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삶을 살아내고 있어요. 일상도, 앞으로의 삶의 계획도 전세사기로 크게 바뀌었죠.
해비타트에서 도둑맞은 청년들의 삶을 되찾고 지원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을 소개한 키워드 중에 ‘기독교인’이 있었어요. 삶의 태도를 고민할 때 주요한 정체성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전세사기 피해를 경험하면서도 마찬가지였나요?
기독교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이웃을 사랑하는 게 곧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거예요. 여기서 이웃은 힘없고 억압받는 약한 사람들이죠.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대표적인 약자이고, 이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역할을 제 경험과 지식으로 할 수 있으니 감당해 보자고 생각했어요. 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큰 요인이기도 하고요.
기독교 신앙 안에서 저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희년’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50년마다 희년이 선포되면 토지가 원래 주인에게로 돌아가고, 부채가 모두 탕감되고, 종살이나 노예살이하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제도에요.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불평등이 생기고 불평등이 계급 사회를 만드는데, 신적 권위에 의해서 원래 좋았던 이상적인 모습으로 리셋된다는 영감을 받았어요. 희년의 함의는 돈의 문제를 담고 있다고 보는데, 한국에서의 자본주의 문제는 부동산 문제로 귀결되죠. 희년 정신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할 때, 토지정의 행동을 하는 ‘희년함께’라는 단체를 만났고, 나중에 희년정신을 녹인 스타트업에서도 일했죠. 희년을 실천하는 차원에서도 대책위 활동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희년과 부동산 문제가 만났을 때, 토지는 원래 하나님의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잠깐 빌려 쓴다는 믿음이 있다고 보이는데요. 기본소득당이 창당부터 지금까지 이야기하는 ‘토지세 기본소득’, 그러니까 토지는 애초에 모두의 것이니 토지에서 발생하는 가치를 세금으로 걷어 모두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누자는 철학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위원장님의 기본소득에 대한 생각도 궁금한데요?
기본소득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군 복무하고 복학했을 때 ‘생활지원금’ 명목으로 매달 13만 원 정도를 모든 재학생에게 줬어요. 당장 생활에도 도움이 되고, 생활이 더 안정되니 더 자유롭게 상상하고 꿈꿔볼 여지도 생기는 것 같고, 정치에도 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할까요? 생활지원금이 입금되는 날짜에 제때 입금이 안 되면, 학교 행정실에 전화해서 돈 언제 들어오는지 왜 안 들어왔는지 물어요. 학교 행정에 관심을 갖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였던 것 같아요. 그즈음에 ‘희년함께’ 단체 일을 도와드리다가 기본소득 논의도 알게 됐어요. 모든 국민이 기본소득을 받으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궁금해서 스터디 모임을 만드는 시도도 한 적 있어요.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게 됐어요. 보수를 받는 게 아니니까요. 생계가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면 피해자 대책위 활동을 다 같이 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문제 해결까지) 몇 년씩 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니 기본소득을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전세사기 피해자 중 세상을 등진 '희생자'가 생겼다. 이후 지금까지 8명의 죽음이 알려졌다. 24년 2월 24일, 첫번째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행진에서 이철빈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제공 : 이철빈)
전세사기 특별법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피해자 대책위는 여전히 바쁘시죠. 요즘은 어떤 문제에 집중하고 계세요?
이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서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생기기는 했어요. LH에서 피해 주택을 매입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경매 차익으로 피해자를 지원하겠다는 골자는 있는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LH 매입 기준 등이 피해자를 위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요. 또, 정부여당이 공언한 대로 특별법 개정안이 잘 작동이 되는지, 피해자 일상 회복에 도움이 되는 건지 디테일을 가지고 계속해서 싸우게 될 것 같아요. 작년부터 많이 경험했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고 해서 문구 하나도 중요하더라고요. 특별법이 제대로 적용되기 힘든 불합리한 상황도 있어서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특별법 개정 내용에는 국가나 지자체가 전세사기 피해주택 수리를 지원할 수 있는 경로도 포함됐지요?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뺏기거나 퇴거를 당하는 문제도 심각한데, 피해주택이 관리가 안 되고 방치되는 문제들도 정말 많거든요.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수원시만 조사했을 때도 75% 정도의 피해주택에서 임대인이나 관리업체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냥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심각한 안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 주택에 남겨진 피해자들에게 책임 전가할 게 아니라 공공이나 지자체에서 도와줘야 하죠. 특별법 개정안에 시설 관리 내용이 포함돼서 반갑지만 디테일하게 담기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일단 주어진 상황에서 조례 제정 등을 통해 공공이 더 많이 개입하도록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인커밍 독자인 기본소득당 당원께 한 말씀 해주세요.
당원이나 지인 중에서도 전세사기 당한 분이 계실 텐데요, 전세사기 피해가 무지막지하게 발생되고 방치되고 있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니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사회적인 문제이고 국가적인 문제이니까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전세사기를 경험하면서 국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국가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땐, 우리가 복지 국가로 가는 단계라면 사람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지 못한 것이 국가의 귀책 아닐까 생각했어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 주지 못해서 송구하다는 책임 있는 말 한마디 들었으면 좋겠고, 나아가 조금 더 존엄한 삶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에너지를 쓰면 좋겠습니다. 기본소득당이 많이 애써주셨으면 합니다.
* 부동산PF란 부동산 개발 등 프로젝트(project)로 벌어들일 미래의 가치를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Financing) 기법을 의미한다. 즉, 향후 지어질 건물(담보물)을 분양하거나 임대할 것을 전제로 시행사와 건설사가 투자자와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받거나 대출받는 것이다.
** 최우선 변제금은 임차인의 보증금 중 일부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임차인이 경매 등으로 보증금을 전부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일정 금액을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게 한 제도인데, 지역에 따라, 보증금에 따라, 그리고 담보물권의 설정일 등에 따라 액수가 다르게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