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커밍」봄호 (기고 2) 진심을 담은 정치, 국민의 물음에 답하
진심을 담은 정치, 국민의 물음에 답하다
- 전국 순회 의정보고회 후기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
‘사람들이 많이 와줄까?’
기본소득당은 12월 말부터 용혜인 의원 의정보고회를 전국을 순회하며 열기로 했다. 결정할 때에는 ‘사람들이 의정보고회에 많이 올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컸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기본소득당 시도당은 6개에 불과하다. 지난 여름부터 당원 수가 크게 늘고 용혜인 대표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크게 증가하긴 했다. 하지만 당원과 지지자를 만나는 자리는 부족했고, 의정보고회라는 형식을 시도해본 것도 처음이었다. 그러니 의정보고회에 얼마나 인원이 참석할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연말연초에 의정보고회를 하기로 한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어 정치인들은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정당들도 총선 전 영향력을 높이느라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각종 이벤트에 바쁘다. 이런 역동적 상황이 펼쳐지는 여의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애쓰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더 이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의정보고회에 찾아와 줄 국민의 따뜻한 눈빛을 만나러 가는 쪽을 택했다.
선거법이 허락하는 기한 내에 의정보고회를 마치려면, 첫 의정보고회를 여는 12월 2일부터 40여 일 안에 23개 도시를 순회해야 한다. 체력적으로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무모한 도전을 하기로 했다. 이처럼 어렵게 결정한 전국 순회 의정보고회를 시작하는 12월 12일이 왔다. 우리는 광주로 향했다.
광주에서 포문 연 의정보고회, ‘하길 잘했다’
내 역할은 의정보고회 사회자다. 행사 시작 시각이 5시인데, 준비가 한창인 4시부터 객석이 차기 시작했다. 의정보고회 준비팀의 긴장도 커졌다. 의정보고회 첫날이라 경험이 아예 없는 상황이었다. 용혜인 의원을 만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의 눈빛에서 열정이 느껴졌다. 사회자인 나의 일은 청중의 눈빛이 주는 압박감을 이겨내면서 현장의 굳은 분위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보좌진과 당직자들은 의정보고회 장소 섭외를 비롯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내용을 준비했다. 그들의 긴장을 풀어준 건 사람들의 박수 소리였다. 용혜인 의원이 21대 국회 의정활동 보고와 ‘미래투자국가’라는 국가 비전을 담아 발표를 했다. 용혜인 의원은 평소 탄탄한 논리로 정부여당을 날카롭게 비판하여 사람들의 호응을 많이 받았다. 이번에는 장기적 국가 비전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는데, 역시나 발표가 끝나자 열화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광주뿐 아니었다. 의정보고회를 여는 곳마다 청중의 열렬한 성원을 경험했다. ‘의정보고회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모한 도전이라 여겼지만 그 값어치가 있었다.
‘약자 편에서 현실에 기반한 개혁 정치를’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씩, 의정보고회마다 참가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기차 출발 시각에 쫓기거나 다른 일정이 있어서 서둘러 마쳐야 할 상황이면 무척 아쉬웠다. 할 수만 있으면 더 많은 질문에 답하고 싶었다. 그만큼 질문들이 알찼다. 질문 내용과 질문자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기본소득당과 용 의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
대도시 아닌 지역에서 단골 질문은 인구 위기와 지역소멸에 관한 것이었다. 어르신은 마을이 사라지고 있는 위기에 정치가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청년은 지역에 청년이 정주할 만한 자원이나 기회가 없는 것에 아쉬워했다. 꿈꾸던 귀촌을 한 부부는 생활에 만족하면서도 아이의 학년이 올라가면 교육 때문에 다시 도시로 가야 하나 고민이라 했다.
사람들의 질의를 듣다 보면, 인구 위기와 지역소멸의 문제는 단순히 출산한 부부에게 혜택을 늘려주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지역소멸 문제의 해법은 어느 지역에 살든 소득이나 교육, 의료 등 삶의 필수적인 부분을 사회가 채워주는 것이다. 지역소멸의 해법은 지역 인프라를 활용한 지역 발전 전략을 세우고, 기본소득을 포함한 소득보장정책을 실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질문자들에게,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농촌기본소득 실험이 인구 유입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지역균형발전정책과 소득보장정책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교육에 기대하는 역할도 바뀔 것이다. 교육은 능력으로 줄 세우는 입시 위주 교육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도록 돕는 ‘삶의 교육’으로 변할 것이다.
선거제도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용 의원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는 것은 촛불혁명의 성과로 만든 선거제도를 이전으로 되돌리는 퇴행이라고 확실하게 대답했다. 촛불혁명 이후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정치개혁을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는 국민이 표를 행사한 만큼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이다. 즉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제도이지 소수정당에게 의석을 나눠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다양한 분들과 함께하니 질의응답 시간은 자연스레 그들이 경험하는 삶의 다양한 고충을 듣는 자리가 되었다. 돌봄 종사자는 “노인이 노인을 돌보고 있다”며 돌봄 일자리에 젊은 사람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한탄했다. 물리치료사는 도시와 달리 지역에선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도 많다고 호소했다. 예비 간호사는 간호법에 대한 기본소득당의 입장을 물었고, 양봉업을 하는 이는 농업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달라 당부했다.
어떤 분은 올해 수능을 쳤다면서, 시원하고 화통한 용혜인 의원의 유튜브 영상을 보느라 공부를 하지 못했다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다. 한 IT기업 경영자는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우려하며 정부 지원이 절실한 중소기업의 현실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교사를 꿈꾸는 대학생은 더 이상 삶을 등지는 교사가 없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국민들의 공통된 의견은, 정부와 정치가 자신들 삶의 문제를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용혜인 의원에 대한 응원의 말도 그러한 맥락에 있었다. 그동안 정치에 염증을 느꼈는데 용혜인 의원을 보고 정치에 다시 희망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다. 용혜인 의원은 이 응원을 들을 때마다 미안해하며 어깨가 무겁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절망 대신 희망의 새로운 순간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것이 또 정치의 역할이 아닐까?
‘국민의 응원에 보답하는 정치’
기본소득당과 용혜인 의원에게 희망을 품은 이들은 2024년 총선 계획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의정보고회를 찾을 정도로 용혜인 의원에게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서 11월 말에 기본소득당이 제안한 ‘개혁연합신당’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개혁연합신당 제안에 반가워했다. 그리고 기본소득당이 기본소득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약자 편에 서서 큰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개혁 과제에 동의하는 정치세력들과 기본소득당이 힘을 합친다면 개혁 과제 실현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기본소득당이 할 일을 잘 해나가기 바란다며 응원했다.
의정보고회에서 한 명 한 명 질의에 용혜인 의원이 응답하는 동안 매번 박수가 쏟아졌다. 어떤 참가자는 질문하려는 내용에 관해 자료까지 준비해 왔다. 그만큼 정치인과 만나는 기회가 부족하고 또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치의 역할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국민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거야말로 정치의 역할이다.
또 강조하고 싶은 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전국 곳곳 의정보고회에 함께 해주신다는 점이다. 용혜인 의원과 기본소득당은 진심을 담아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의 연대에 노력했다. 기본소득당은 의석이 한 명이라 힘은 부족했지만 정치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손을 내밀었다. 그 노력에 이태원 유가족들은 의정보고회에 함께 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지난 한 달간 의정보고회는 기본소득당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느끼게 했다. 그동안 함께 한 국민, 의정보고회를 기다리는 국민에게 기본소득당은 미래를 여는 정치로 치열하게 보답해야 한다. 2024년 총선에서 꼭 승리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