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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는 검토 중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서면질의 답변은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하나마나한 말들의 연속입니다.

추경 규모? 검토중이다

재원은 어떻게? 검토중이다

물가안정대책? 여러가지를 검토중이다

유가 인상 대응 정책? 검토중이다

유류세 인하의 효과? 잘 모르겠다

재정준칙의 기준? 합리적 방안 마련하겠다

확장재정은 어디까지 가능하다고 보나? 여러 가지 따져봐야 한다

병사월급 200만원 할 수 있나? 검토중이다

기재부 관료가 김앤장 재취업 하는걸 어떻게 보나? 개인 자유다

박근혜 내각구성원이었는데 탄핵 어떻게 보나? 청문회 때 답변하겠다

교통법규 위반은 왜 이리 많이 했나? 내가 운전 안했지만 바빠서 그랬다 미안하다

솔직히 이런 답변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경제사령탑을 맡게 될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각 사안에 대한 입장을 간략하게나마 들려주었는데, 추경호 후보자와 기재부의 답변은 대체로 아무 정보값이 없는 종이낭비에 가깝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이 무엇이겠습니까?

코로나 상처를 치유하는 50조 추경의 시급한 실시, 유가 인상을 비롯한 물가 안정 대책, 병사임금 200만원 대응이나 장애인 예산, 아동수당의 획기적 인상 등 긴요한 예산을 얼마나 편성하고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국민이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엄청난 재정지출이 불가피한 이 시점에, 가장 완고한 균형재정론자로 이름 높은 분이 경제사령탑의 후보자로 등장했습니다. 추경호 후보자는 2020년 국가채무비율을 45%로 제한하는 법안을 냈습니다. 당시 국가채무비율이 42% 정도였으니 추경호 후보자의 입장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는 코로나 시기에 현재보다 60조원을 덜 투입했어야 하는 겁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50조 손실보상, 병사월급 200만원, 아동수당 100만원 공약, 기초연금 10만원 인상은 추경호의 자린고비 세계관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까요?

기재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앞으로 3000-4000조원의 재정을 주무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권한의 위력을 코로나 시기 홍남기 부총리를 통해 우리는 뼈가 시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보다 우리의 삶을 훨씬 더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앞서 열거한 하나마나한 현안 답변으로는 앞으로 어떤 경제정책을 보여줄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대로 우리 기재부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너희들은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 메시지로 들립니다.

홍남기 장관이 '순한 맛'이었다면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캡사이신 급이라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번 인사 정국에서 이 분의 삶과 행적과 철학이 지나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훨씬 언론과 국민이 주목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최선을 다해 내일 청문회에 임하겠습니다.

2022년 5월 1일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