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의 153 글자》

‘153자'

오늘 조희대 대법원장이 언론에 공보한 입장문의 총 글자 수입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직접 자신의 입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서면으로 입장을 갈음한 뒤, 언론의 질문을 피하며

도망치듯 관용차에 올라 퇴근했습니다.

사실상 침묵과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처신입니다.

조희대-한덕수 회동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해당 의혹이 5월 1일 대법원의 졸속 판결의 맥락을 설명할 수 있는

유력한 단서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기 대선을 33일 앞둔 시점에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상고심을 초고속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7만 쪽에 이르는 사건기록을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못한 채로

단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유에 대해

여전히 국민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상 초유의 정치개입이 아니냐는 국민적 의문을

대법원장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법부의 독립성'은 '국민의 질문에 답하지 않을 권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법부 또한 주권자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공적 기관입니다.

따라서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국민 앞에 성실히 설명하고

책임있게 응답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저는 "한덕수 총리와 사건 관련 논의를 하지도, 만남을 갖지도 않았다"는

대법원장의 입장이 한 톨 거짓 없는 사실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는 이미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번 의혹마저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그보다 더 심각한 헌정질서 훼손이자,

사법부의 중대한 오점으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 역시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무너질 것입니다.

12.3 내란, 1.19 서부지법 폭동 사건, 윤석열 내란수괴 석방사태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졸속 판결까지,

그 어떤 사안에서도 사법부는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한 지금,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놓은 153자의 짧은 해명은

대법원장으로서의 책임과 위상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언제까지고 침묵으로 일관한다고 해서

사법부에 드리운 불신이 거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희대 대법원장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처럼 언론의 질문을 회피하고, 취재를 가로막는 방식으로는

오히려 더 깊은 불신만을 초래할 뿐입니다.

한덕수와 만나지 않았다는 본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스스로 국민 앞에 당당히 나서 명명백백 진실을 밝히면 될 일입니다.

그조차 못 하겠다면, 국민은 더 이상 조희대 대법원장을

대한민국 사법부 수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리를 보전하는 것만이 명예는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자각해야 할 때입니다.

2025년 9월 17일 

기본소득당 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