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이주화’를 멈추는 시작점은 책임자 처벌이다—아리셀 책임자 구속영장 발부에 부쳐
지난 28일, 아리셀 화재 참사 발생 75일만에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법, 파견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이 발부되었다. 박 대표의 경우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경영책임자가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첫 사례다.
법원은 영장 발부 사유로 “혐의 사실이 중대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만큼 23일 경찰이 발표했던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리셀은 2021년 첫 리튬전지 군납부터 2년 간 품질검사를 조작했고, 지난 4월 조작이 적발되었음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목표 생산량을 두 배 늘려 무리하게 작업에 몰두할 뿐이었다. 납기일이 다가오자 아리셀은 파견노동이 금지된 공정에 미숙련공을 대거 투입시켰고, 위험물질을 취급함에도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른 안전교육 실시 의무 또한 지키지 않았다. 희생자들은 배터리 폭발 관련 안전 지침이나 비상구의 위치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채 골든타임 37초동안 탈출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아리셀은 총체적인 부실 관리 속에 노동자들을 인재로 내몰았다. 또한 이번 참사뿐 아니라 책임자들이 과거에도 위험을 은폐하고 방조했던 정황도 속속이 드러났다. 참사가 ‘예견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 예견된 참사를 막기는커녕 방조하는 무능과 무책임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진상을 추가적으로 규명하고, 엄중하고 확실한 책임자 처벌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참사를 마주할 때 우리는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한 노동 현실에 대해서도 접근해야 한다. 희생자 23명 중 18명이 불법파견으로 공급된 이주노동자였고, 이들 중 15명이 여성이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에서 이들이 얼마나 취약한 구조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줬다. 값싼 노동이라는 명분 아래 이주노동자들은 위험대책과 안전관리 없이 일용직으로 일하고, 산재가 발생해도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1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참사 관련 대책 또한 이주노동자의 불안정 고용 관련 내용은 빠지고 안전보건 교육 강화와 현장용어 번역 지원 같은 단편적인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이미 노동시장에 만연한 위험의 ‘이주화’를 더 이상 외면하고 방조해서는 안 된다. 열악한 고용 조건 속에서 이주노동자의 안전보건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참사 재발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없다.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는 이번 참사의 책임자 처벌과 근본적인 재발방지가 마련되고, 더 나아가 이주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4. 9. 3.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