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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재정'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허세≫

오늘 발표된 639조 내년 예산안 어떻게 보셨습니까?

세부적으로 여러 평가가 가능하겠습니다만, 대한민국 보수정권이 아무리 건전재정이니 재정 다이어트니 정치적 수사를 동원해서 허장성세를 부린다 하더라도 결국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것이 맨 처음 든 생각이었습니다.

2023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에서 5.2% <증액>되었습니다. 올해 추경까지 포함해서 비교하면 최초의 긴축이라는 논리를 내세웁니다만, 본예산은 본예산과 비교해야 하는 것이죠. 내년에 추경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런 억지까지 천연덕스럽게 내세울 정도로 '기재부의 정치화'가 심화되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일입니다.

감세하면서 '건전재정' 한다 하니, 당연히 정부의 기조를 보여줄 정책예산은 없습니다. 배정된 국정과제 예산은 11조원으로, 전체의 2%도 되지 않습니다. 선출권력 자신이 재량을 알아서 포기한 결과입니다. 기재부 관료들이 다 주무르게 놓아둔 셈입니다. 그 이면에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막대한 감세 혜택과 국유자산의 매각으로 자본이득을 얻는 이해관계자들이 있습니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군인임금의 대폭 인상과 부모급여의 신설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것조차도 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것입니다. 절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이동권 예산은 여전히 터무니없이 적게 책정됐습니다.

'하던대로 하는' 한가한 예산안은 던져버려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상상초월 규모의 공공투자가 필요합니다.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기업 초과이익과 자본이익 과세, 소득세 보편증세와 탄소세로의 에너지세 재편을 포함한 조세재정 개혁을 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에 경천동지할 투자를 감행해 장기에 걸쳐 에너지 공급위기를 해소하고 탄소중립을 조기 달성해야 합니다. 

돌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서비스 투자, 시대변화에 발맞추는 교육 투자,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주택 투자, 그리고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모든 국민이 경제적 안정 속에서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사회로 도약해야 합니다. 

정부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으면 시장의 강자들이 대한민국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를 좌지우지하게 됩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자 그대로의 무자비한 긴축이라는 자해행위를 선택하지 않고 하던대로라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선택한 것은 차라리 다행스럽게도 생각되는 측면이 있지만, 임박한 경제·기후·돌봄·주거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를 정부가 포기했다는 점에서 비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 행정부도 사실상 기재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이 입증됐다고 봅니다. 정치개혁의 최종귀결은 예산의 변화임을 절감합니다. 저와 기본소득당은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 예산 문제를 꼼꼼히 살피되, 조세재정과 예산의 모든 차원에서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정치연합에 주력할 것입니다. 예산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뀝니다.

2022년 8월 30일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