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지] 용혜인 "“여성가족부 폐지”개정안 낼 시간에, 대통령실이나 개편 하십시오"
≪“여성가족부 폐지”개정안 낼 시간에, 대통령실이나 개편 하십시오≫
오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주요 업무 기능을 보건복지부 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불통 과 거짓말로 점철된 이번 <여가부 폐지> 준비 과정과 정부조직개편안 모두 낙제점입니다.
첫 번째, 불통과 불신의 준비 과정으로는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습니다.
국정감사 첫 날, “야당을 설득해 정부조직법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이상민 장관에게,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부처간 협의 자료를 보내달라고 직접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한 오늘도 행정안전부는 감감무소식입니다. 아무런 자료도 받아볼 수 없었습니다.
설득을 하려면 대화를 해야합니다. 그러나 저는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자 여성가족부 소속 의원인 저는 지난 수개월 동안 로드맵과 논의과정, 개편 방향에 대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습니다. 수차례 행안위와 여가위에서 논의를 요청했지만,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며 모른척하거나, 지난 6월 여가부 폐지를 위해 구성된 전략추진단의 회의록조차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반복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조직법이 행안부 소관이긴 하지만 관계부처들이 논의해야할 일이라고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논의 과정조차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하고, 서로서로 책임을 떠넘기다가, 국정감사 중에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던져놓고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니 수용하라’고 말합니다. 도대체 “야당을 설득하겠다”는 말은 왜 하는건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윤석열 정부를 보면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부가 떠오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 하위버전같다는 것입니다. 역사는 한 번은 비극, 한 번은 희극을 반복된다고 했던가요. 최소한의 상식조차도 갖추지 못한 좌충우돌 윤석열 정부의 사건사고 퍼레이드를 보고있으면 실소가 날 지경입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니 수용하라’고 말하는 정부여당을 보며 대운하를 고집하던 이명박씨가 떠오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대운하를 추진하지 못하게 되자, 이름과 내용을 살짝 바꿔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사업, ‘4대강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나요? 흐르던 강들의 숨통을 끊어놓았고, 재자연화에 들이지 않아도 될 예산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많은 시민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국회가 우려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귀를 막고 있습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무리 ‘기능은 강화’될 거라며 여가부 해체를 추진해봤자 대한민국의 성평등 정책은 후퇴할 것이고, 차기 정부와 시민사회는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되돌리기 위해 또다시 시간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거짓말도 정도껏입니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유명한 말이 떠오릅니다. ‘기능은 강화될 것’이라는 정부조직개편안을 아무리 살펴봐도, 어떻게 여가부 기능이 강화될 수 있는지 납득할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밝혀진 계획에서도 여가부 기능을 보건복지부와 고용부 산하로 업무를 찢어놓겠다는 것 말고는, 그 어떠한 내용도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보훈처는 기능 강화를 위해 국무위원으로 참석시킬 수 있도록 ‘부’로 승격시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기능은 강화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여성가족부는 보건복지부 내 본부, 즉 차관급으로 격하시킨다고 합니다.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지금도 여성가족부의 예산은 전체 부처 중 가장 적습니다. 그마저도 여성 정책에 사용되는 예산은 10% 남짓에 불과합니다. 국가의 성평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입니다. 심지어 김현숙 여가부장관조차도 지난달 20일 열린 여가위 현안보고 자리에서 ‘여가부가 가진 인프라를 가지고 비극적인 사례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독립 부처로서도 열악한 환경인데, 보건복지부 내 일개 본부가 성평등한 국가를 실현할 수 있는 권한과 예산을 담보할 수 있겠습니까? 국무회의에 참석조차 못하는 차관급 본부로, 전 부처의 성평등정책을 조율하고,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이끌어낼 수 있겠습니까?
여야를 떠나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윤석열 대통령께 진심으로 호소드립니다.
부처 폐지여부를 떠나서 ‘여성가족부 기능의 강화’를 정말 원하신다면야, 머리를 맞대고 원점에서 여가부 기능 강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에 동참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정말 아닙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신빨좋은 부적이 아닙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외친다고 윤석열 정부의 실정이 가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기 위해, 지금 당장 바로 대통령실 재정비부터 하십시오.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의 반성과 성찰을 충분히 오래도록 참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오년졸망기국(五年卒亡其國), 제 말이 아닙니다.
2022년 10월 6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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