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으로 보기

≪의회주의 파괴가 아니라 그저 국민의힘의 무리수 아닙니까≫

본회의가 파행됐습니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선출안 중 하나가 부결됐다는 이유입니다. 올해 국회가 처리해야 할 민생 현안이 산적해있는데, 매번 야당도 아닌 여당이 나서서 회의장을 뛰쳐나가 의사일정을 방해하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윤석열 정부를 도우려는 지, 좌초시키려는지 알기 힘듭니다.

무엇보다 이번 표결 결과는 부결이 마땅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이제봉 위원 후보자의 선출은 애초에 무리한 요구였습니다.

본회의 직전 올라온 이제봉 위원 선출 의안에는 “20년 이상 대학교수로 재임하면서 교육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고”만 적혀 있습니다만, 이는 사실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제봉 후보자는 학계의 일반적 입장과 다른 편향된 역사 인식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교육단체와 정치세력에 관한 적대적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출해온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자는 그간 언론기고와 개인 방송매체, 기자회견 등에서 “우리사회에 침투되어 있는 좌파세력들이 끊임없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해왔다”, “좌파 교육감과 전교조의 좌편향 교육이 학교 교육을 망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반대한민국 세력’, ‘종북 사대 매국세력’이었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복 표출해온 인물입니다.

또한, 이 후보자는 동성애동성혼합법화반대전국교수연합이 주관한 토론회에 참석해 유네스코의 국제 성교육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포괄적 성교육’에 대해 “포괄적 성교육은 청소년에게 음란과 방종, 성적 타락을 부추긴다”며 국민의 기본권인 성적 자기결정권과 국제 인권 규범에 관한 몰지각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 왔습니다.

이 후보자의 지금껏 해온 발언과 활동만 보아도 그가 편향되지 않은 역사 인식과 국민의 기본권에 기초하여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라고 볼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우리 역사 안의 반민주적·반인권적 국가폭력 행위를 조사해 피해생존자와 유족의 아픔에 공감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해야 하는 진화위 위원으로서는 더욱 부적합한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을 진화위 위원으로 추천해놓고 뻔뻔하게 국회의 표결 결과를 부정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진실 규명과 화해의 길이 아니라 역사 왜곡과 국민 분열만 확대한다”던 뉴라이트 역사 운동의 핵심 인사 김광동을 진화위 위원장으로 임명 강행한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정진석 비대위원장께서는 이번 표결 결과가 비매너이자 힘자랑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위원들이 과연 진화위의 설립 목표에 부합하는 인물인지 국민 앞에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정당한 국회 표결에 감정적인 태도로 일관할 게 아니라, 그들이 왜 진화위 위원이 되어야 하는지를 설득해내면 될 일입니다. 아무리 국민의힘이 무리수에 의회주의 파괴나 다수당의 횡포라 핑계 댄들, 사실은 그닥 바뀌지 않습니다.

저의 입장은 명백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광동 위원장 지명 철회를 요구했듯, 오늘 이제봉 위원 선출 부결 역시 마땅한 일이라는 겁니다.

제가 반대 표결한 이옥남, 차기환 여당 추천 위원도 자격 미달인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국민의힘은 김광동 위원장 임명 강행부터 오늘 진화위 위원 임명까지, 왜곡된 인권 의식과 편향된 역사관을 지닌 자를 추천해 선임해 진화위의 업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2023년 2월 24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