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용혜인 상임대표 《통한의 3월입니다. 이대로 3월이 끝나서는 안됩니다》
《통한의 3월입니다. 이대로 3월이 끝나서는 안됩니다》
일본의 극우세력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삼일절 기념사 망언’이 시작이었습니다. 곧이어 국민을 지키지 못했던 부끄러운 국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노력마저 물거품으로 만들겠다는, 그렇게 침략국가의 편에 서서 자국의 국민과 싸우겠다는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안이 발표되었습니다.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은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에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또다시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밝히고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오부치 총리대신은 금세기의 한·일 양국관계를 돌이켜 보고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하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러한 오부치 총리대신의 역사인식 표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평가하는 동시에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는 뜻을 표명했다.” (25년 전, 김대중-오부치 선언)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고 수 차례 밝힌 윤석열 대통령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제대로 한 번 읽어보기라고 한 것이 맞습니까?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핵심은 일본의 식민통치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죄입니다. 미래지향적 관계는, 자유-인권-법치라는 보편적 가치가 실현되는 미래는, 일본이 강제징용을 비롯한 식민지배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명백히 인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일 때에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오부치 총리대신의 통절한 사죄가 먼저였고, 미래지향적 관계가 다음이었습니다.
어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읽어달라는 그 요구를 끝끝내 일본이 거부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과 굴종에 참으로 낯이 뜨겁습니다. ‘통절한 반성’, 이 다섯 글자를 읽는 것조차 거부하는 일본의 총리대신과의 시간이 그렇게도 즐거우셨습니까? 도대체 그런 무능하고 비굴한 실력으로 무슨 외교를 하신다는 것입니까. 매국적 외교 참사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 되겠다는 말이 ‘국가와 국민의 존엄을 팔아넘기겠다’는 뜻이었습니까? 국가와 국민을 팔아넘기면서까지 강행한 한일 외교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도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저자세 굴욕외교를 감행했음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 등 일본 정부가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안에는 조금도 개입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를 이해한다‘는 말은 전쟁국가를 목표로 하는 일본 극우 세력과 손잡고 동북아의 전쟁 위기를 보다 심화시키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국군통수권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입니다.
삼일절 기념사부터 시작된 참사가 부정의한 ‘제3자 변제’ 방안으로, 굴욕적인 조공 외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통한의 3월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무능과 굴종에 맞설 국회의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2000년 이후, 일본의 역사 왜곡과 식민지배 정당화, 전쟁국가화에 맞서 46건의 대일 결의안을 채택해왔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권이 수 차례 바뀌었지만, 일본이 바뀌지 않았기에, 아니 오히려 더욱 악랄해지고 있기에 결의안의 내용은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극우 집권세력이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 없이 침략국가로 나아가려 할 때, 심지어는 대한민국 정부가 이에 동조할 때에도 국회는 단호한 결의를 지켰습니다.
일본국의 독도영유권 주장 중단 촉구 및 대한민국 독도영유권 수호 결의안
일본총리 등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규탄 결의안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공식사죄 및 피해배상 촉구 결의안
일본의 극우 역사교과서 검정 통과 및 군사대국화 시도에 대한 규탄 결의안
일본 정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중단 촉구 결의안
일본 정부의 조선인 강제 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규탄 결의안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 규탄 및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
지난 20여년 동안, 국민의힘이 동의했던 바로 그 결의안들입니다. 4선 국회의원이신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께서 누구보다 더 잘 아실 겁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삼권분립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행정부의 수장이 무능과 오만으로 국가를 위태롭게 하고 국민을 모욕한다면, 국민의 대표자인 국민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일을 해야만 합니다. 부정의한 침략국가를 규탄하고, 일제 식민지배를 겪었던 국민들의 곁에 서야 합니다. 국회는 늘 그러했습니다.
또한 지금이야말로 국민의힘이 정당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 시간입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당’이 아닌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공당’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셔야 합니다.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누가 봐도 굴욕적인 한일외교를 ‘대승적 결단’으로 포장하려 들지 마십시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국민의힘은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이 주권자인지, 국민이 주권자인지 명확히 입장을 정하셔야 할 겁니다.
3월이 끝나기 전, 국민의 존엄을 팔아넘기는 것에만 급급했던 지난 한 달 동안의 어지러운 외교안보참사에 대한 국회 차원의 명백한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한 두차례의 현안질의로 끝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청문회, 국정조사, 결의안 채택 등 국회의 권한을 모두 활용해 국회의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을 목표로 하는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는 방안이자, 국가와 국민의 존엄을 지켜야 하는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책무입니다. 또한 그러한 노력이 있어야만 국가에 대한 국민의 무너지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한의 3월을, 이렇게 끝내서는 안됩니다.
2023년 3월 18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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