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용혜인 상임대표 ≪전세사기 피해보상 특별법, 신속하게 처리합시다≫
≪전세사기 피해보상 특별법, 신속하게 처리합시다≫
17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의 세 번째 자살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참담한 소식이 들려온 지 바로 다음 날 18일에 경기도 동탄시에서 250채 오피스텔을 소유한 부부가 파산했다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또 다른 대규모 임차인 피해 가능성을 예고하는 소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미추홀구 피해자 사망 소식에 대한 대응으로“부동산 경매 일정의 (일시)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저 또한 임차인입니다.
전 재산에 해당하는 임차보증금의 대부분을 상실할 경우 어떤 심정일지 헤아릴 수 있는 임차인으로서 지금까지 나온 정부 대책이 무용지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들의 원통한 자살 행렬을 막기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조금씩 책임이 있는
이 불의에 대한 회복적 정의를 위해
저는 <공공이 피해자에게 임차보증금을 선지급하고 이후 회수하는 방식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합니다.
한 사람의 임대인이 수십 채 수백 채 임대주택을 소유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 전액 또는 대부분을 은행 융자금과 전세보증금으로 마련하고,
은행 이자와 전세보증금 반환을 또 다른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돌려막다가 이제 한계에 이른 이 사건을
우리 사회는 현재 전세사기라 부르고 있습니다.
만약 여전히 부동산 상승기라면 이 사기극에
주연으로 등장하는 ‘빌라왕’은 사기꾼이 아니라
유능한 갭 투자자로 남았을 것입니다.
때문에 전세사기라는 용어는 이들 피해자들의 보증금 피해가 사회적 재앙이며, 연이은 인명 참사가 사회적 타살임을 우리사회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표현인 것입니다.
정부와 정치는 갭 투자라는 이름의 투기를 막는 제도 방안을 마련하기보다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 기조에 따라 오히려 갭 투기를 부추겨왔습니다. 은행의 대출 관행과 관련 제도에는 은행 담보채권의 안전 이외에 임차인의 억울한 피해 가능성에 대비한 어떤 종류의 규율책도 없었습니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제도조차 막상 사고가 터지니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즉 이번 전세사기 사태는 기본적으로
턱없이 낮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속에서,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규제완화 드라이브 등
임차인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치와 행정의 앙상블이
무주택자들에게 위험한 선택지를 강요한 결과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갭 투기 욕망을 부추기는 제도 환경들과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 방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가 공동체, 정치 공동체로서 사회가 피해자들과 책임을 나누어져야 합니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2010년대 초반 예금자보호법상 5000만원 초과 예금과 후순위채권의 일부를 보상해주는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된 바 있습니다.
당시에 예금자들의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일각의 거센 비판이 있었지만, 이들의 피해에 사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논리로 극복했습니다.
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귀책 사유가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귀책 사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고,
말 그대로 억울한 피해라고 생각합니다.
전세사기 임차인 보증금의 경우 과거 저축은행 피해구제 지원자금보다 회수율도 더 높을 것입니다. 저축은행 사태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의 상당액이 부실화되어서 구상권 청구에 의해 회수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전세사기 피해 보상의 경우 주택이라는 현물 자체가 존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택 가격 회복기에 회수율을 높일 수도 있고, 매입 임대주택 등 공공임대 정책으로 활용할 여지도 큽니다.
이미 관련 법들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지금, 상정된 법안들을 시급히 다뤄서 더 이상의 참사를 막아야 합니다.
제가 관련법 제정에 대해 보태고 싶은 얘기는 2가지입니다.
첫째, 공공이 선지급하는 반환보증금은 지금까지 제출된 법안에 나와있는 50%를 훌쩍 상회하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저는 원 보증금의 최소 80%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살에까지 이르게 된 기저 심리에는 당장의 주거 불편이나 불안보다 미래에 대한 상실감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법안들의 경우 50% 이상 수준에서 전세금 반환채권을 매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저는 80~90% 정도 되어야 절망에서 벗어나 재기를 다짐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둘째, 일반적인 법 처리 절차와 일정을 다 지키는 느긋한 상황이 아니고 따라서 여야 사이에 시급한 합의기구를 만들어 처리해야 합니다.
관련해 현재 상정된 법안에는 이번 피해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미반환 전세보증금을 대상으로 구제 방법을 규율하는 법안도 있습니다. 저는 처리 일정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피해의 시간적, 지리적 범위를 한정하는 임시 특별법이라도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촉구합니다.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거대한 전세보증금 피해와 자살 참사를 사회적 재난, 사회적 타살로 인정하지 않은 채 임시 미봉책 중심으로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실패했고, 더 많은 실패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임차 피해자들의 임대보증금을 공공이 80% 수준에서 선지급하고 이렇게 공공이 확보한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에 근거해 추후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의 전세사기 피해보상 임시특별법 제정을 요구합니다.
선례도 있고 정당화 근거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이 고통을 피해 임차인에게 오롯이 떠넘기지 않겠다는 정치적, 재정적 결단만 있으면 됩니다.
지금이야말로 정쟁말고 정치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종부세 내야하는 부자들 말고,
무주택 임차인의 곁에도 국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의 안타까운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가 빠르게 결단합시다.
2023년 4월 19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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