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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고통받기 위해 태어나는 생명은 없다

작성자
서울 동물권 사업위원회
작성일
2021-04-24 15:37
조회
8466


고통받기 위해 태어나는 생명은 없다

- 세계 실험동물의 날을 맞이하여



전 세계에서 실험으로 죽어나가는 동물의 수는 일 년에 1억 마리로 추산된다. 각 국의 통계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1억 마리를 넘을 수도 있다고 예상되며, 실험동물의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이 경향에 편승하여 매년 20% 가까이 실험동물의 수를 늘리고 있다. 2019년 서울대학교 이병천 교수의 실험실에서 세상을 떠난 메이 의 이름은 우리에게 기억되었지만, 메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이름없이 죽어가는 동물들이 아직 우리의 곁에 남아있다. 감금당하여 고문당하는 것이 일상인, 죽음의 순간까지 오로지 고통만을 겪는 동물들이 이 사회에 무수히 많이 남아있다. 


 동물실험에 대한 인식은 공고하다. 동물실험은 동물과 인간 사이의 유사성을 전제로, 실험으로 인해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강조하며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동물실험의 역사에는 무수한 실패 사례들이 존재한다. 인간은 성공한 사례만 기억하고 무수한 실패 사례들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다. 성공한 사례들을 추앙하며 동물실험이 인간 의학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신화를 써내려 온 것이다. 실패의 역사에 조금이라도 눈을 돌리면 그 허구성이 보인다. 동물실험을 통과한 의약품 중 열에 아홉은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라. 심지어 동물실험에만 집중하여 의학의 발전을 더디게 만든 사례들도 존재한다. 동물실험 옹호론자인 코헨은 동물실험 때문에 소아마비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의학사 연구에 따르면 초기 소아마비 연구자들은 붉은원숭이에만 연구를 집중하여 치료법 발견이 25년이나 늦어졌으며, 동물실험이 의학의 발전을 오히려 막은 사례는 그 외에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의 연구, 에이즈 백신의 연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제 의학 발전이라는 명목 뒤에 구차하게 숨는 것을 그만두고 동물실험의 신화를 깨트려야 한다.


 한편 동물실험은 동물과 인간 사이의 유사성을 전제하지만, 유사성에 근거한 유비논증은 정당하지 않다. 동물과 인간이 유사하기에 동물실험을 해도 된다는 전제 아래에는 뿌리깊은 종차별주의가 깔려 있다. 결국 이 유비논증은 동물과 인간이 생체적으로는 유사하지만 윤리적으로는 유사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과학자들은 동물생리학 연구를 통해 동물이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입증한 지 오래다. 그런데 왜 과학의 이름을 달고 그 고통을 가중시키는 행위를 지속하는가? 단순히 인간종이 아니기 때문에 고통을 줘도 괜찮다는 이기적인 종차별적 인식이 동물실험을 지속시키는 근간을 이룬다. 


 동물실험을 없애기 위해서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없애기는커녕 줄이기 위한 노력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3R(대체, 감소, 완화) 원칙이 지켜지기라도 하는가? 동물보호법은 2007년 실험동물의 보호와 윤리적 취급을 도모하기 위하여 제13조에서 동물실험의 원칙을 규정하였고, 제14조에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설치에 관하여 규율을 두게 되었다.  그러나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수한 실험들이 그럴 듯한 과학 용어로 포장되어 일부 연구자의 자기만족과 연구비 유지를 위해서 진행됨에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그들이 해야 할 ‘윤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작년 충북대 수의학과 실험실에서 3D 인공 눈을 넣어보겠다며 살아있는 비글 두 마리의 눈을 적출하는 일이 일어났고, 수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충북대 수의학과는 “기관 윤리위원회 승인에 따라 동물 실험의 필요성이 인정돼 적법하게 진행됐고, 저널 투고 및 심사, 게재 과정까지 윤리적인 문제제기는 전혀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 답변을 통해 윤리위원회가 얼마나 무능한지 알 수 있으며, 사회가 말하는 ‘윤리’가 얼마나 기만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 알량한 선행을 베푸는 양, 윤리와 복지라는 말을 입에 담고 동물에 대한 학대와 착취를 묵인하는 카르텔이 인간 사회에 너무도 공고히 자리하고 있다. 학계, 정계 모두 공범이다. 


도대체 어느 생명이 ‘고통받기 위해서’, ‘죽기 위해서’ 태어나는가? 고문당하고 죽기 위해 태어나는 생명은 없다. 이제 동물실험 신화를 깨트리고 지금 당장 이 무수한 죽임을 멈추어야 한다.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실험동물들을 해방시키고 대체법을 찾아야 한다. 모든 실험 동물을 해방시킨 미래의 4월 24일은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을 하는 날이 아닌, 과거에 희생된 실험동물들을 추모하는 날이 될 것이다. 동물실험의 역사를 멈추고, 실험동물이라는 말이 사어가 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



2021년 4월 24일

서울 기본소득당 동물권사업위원회



참고

최훈, 2013, 「동물 실험 옹호 논증의 논리적 분석」, 『철학탐구』

백경희, 2018, 「우리나라 동물실험절차에 대한 법제의 검토」, 『과학기술과 법 제9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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