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서영 여성위원장 브리핑]

*일시 : 2023년 7월 26일(수) 오후 4시 40분

*장소 :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국민에게는 여가부 폐지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UN에서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 부끄럽습니까?>

지난 5월 22일 림 알살렘(Reem Alsalem) UN 여성폭력특별보고관과 여성차별실무그룹이 공개 서한을 통해 한국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서한은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 개념에서 ‘젠더’ 삭제 ▲여가부의 오랜 역할과 방대한 업무 범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개적·반복적 부정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와 여가부 폐지 공약 등 유해한 수사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덧붙여 한국 정부가 성평등 및 여성 권리에 관한 전담부처를 유지하고, 성평등 분야에 대한 여가부의 업무와 권한을 강화하며, UN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가입국으로서의 의무이자 제8차 여성차별철폐협약 한국 정부 심의 최종견해 권고대로 여가부에 충분한 예산과 기술, 인력을 배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는 제4차 국가별 인권상황검토(UPR) 한국 심의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언급되어 온 바 있습니다.

그러나 7월 21일 공개된 한국 정부 답변서에는 여가부 폐지 정부조직 개편안이 “여가부를 폐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답변이 적혔습니다. “여성가족부의 정책과 기능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가족부가 수행해온 여성·가족·청소년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등으로 개편·통합하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여가부가 하던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즉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여가부를 폐지하고 다른 부처들에 그 역할과 기능을 나누는 것은 여가부 폐지가 아닙니까?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7글자 공약’은 왜 ‘여성가족부 폐지’였습니까?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왜 여가부 폐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히고도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기록에 남는 회의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습니까?

여가부가 하던 일을 더 잘하려면,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에서도 수없이 요구했듯 근본적인 원인인 관련 예산과 기술, 인력 강화를 단행해야 합니다. 여가부 폐지를 통해 “분절적 업무를 넘어 통합적인 본부”를 구축하는 것이 진정으로 성평등으로 향하는 길이라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숙의 과정을 거쳐 그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그러나 그런 계획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가부 폐지 공약 1년, 지자체 행정에서 ‘여성’은 사라지고 관련 예산은 삭감된 엄연한 사실 앞에 폐지 의도가 없다는 주장은 거짓말일 뿐입니다. ‘7글자 공약’으로 국내에서 선동 정치를 해대다 국제사회에서 우려를 표하자 어불성설로 무마하려는 것을 보니 정부도 UN의 우려가 부끄러운 줄은 아는 모양이지만, 국민들은 매번 잘못이 들통나면 아니라고 우기기만 하는 정부 행태가 더 창피스럽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궤변 늘어놓지 말고, 퇴행을 인정하고 여가부 폐지를 철회하십시오.

2023년 7월 26일

기본소득당 여성위원장 노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