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횡재세를 요구합니다.

안녕하신지 묻기 어려운 고금리, 고물가 고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통계청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가계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겨우 0.9%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고물가로 인해 소비 지출은 4% 증가했습니다. 대출 이자가 포함되는 비소비 지출은 2.6% 증가했습니다. 이자 비용의 증가로 인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소득 증가액의 절반도 안 되는 0.4% 증가에 그쳤습니다. 고금리, 고물가에 가계 살림이 휘청이면서 내수 경기도 얼어붙었습니다. 지난 6월말 기준 자영업자 연체율이 2014년 이래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취약 계층 지원과 내수 경기 부양에 재정에 나서야 할 상황이지만, 수출과 성장이 멈춘 데다가 대기업·부자 감세까지 가세해 60조원 세수 결손이 발생했습니다.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크게 돈을 버는 대표적인 산업 부문이 있습니다. 정유사와 은행입니다. 정유사와 은행의 이윤의 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각각 정제 마진과 예대 마진입니다. 정제 마진은 기본적으로 국제유가가 결정하고, 예대 마진은 기준금리에 대체로 비례적입니다. 기본적으로 둘 모두 투자나 영업 노하우 등 기업의 경쟁력이 아니라 기업 외부의 경제 여건이 결정합니다.

가계 살림과 국민경제가 고금리, 고물가 고통에 시달리는 이 조건 자체가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정유사와 은행에게 특수 이익을 보장하는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횡재세는 이 사회적 불의를 시정하는 데 가장 우수한 세금입니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 자원 배분의 왜곡을 시정하는 데도 가장 우수한 세금입니다. 횡재세는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 고통받는 취약 계층을 위한 재정을 마련하는 데도 탁월한 세금입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에너지 기업은 물론 은행 횡재세 도입도 늘리고 있습니다. 저는 국내외 상황이 이제 횡재세의 정당성을 놓고 갑론을박할 시기는 지났다고 봅니다. 오늘 토론회가 횡재세의 범위와 수준, 적절한 입법 방식 등 정책적 내용을 놓고 더 풍부한 성과가 나오는 계기가 되리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