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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한국-네덜란드가 '반도체 동맹'을 맺었다고 자랑 중이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첨단장비(EUV. 극자외선노광장비) 공급이 한국 반도체산업에 중요한 요소인 건 맞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유럽에서도 대표적 친미 국가인데다, 삼성전자 등과 오래 전부터 공급망을 같이 해서, '동맹' 따위 새 수식어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양국 관계는 앞선 정부에서도 원활했다. 윤 대통령은 굳이 여기에 숟가락을 얹었다.

그런데 더 들여다볼 것이 있다. 이번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은 네덜란드측 요청이다. 이유가 뭘까? 네덜란드 기업 ASML은 EUV를 지금까지 세계에 독점 공급했는데, 최근 일본과 중국이 대체 기술을 개발하여 곧 상용화할 거라고 한다. 즉 네덜란드 EUV 원천기술의 독점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네덜란드는 한국을 안정적 시장으로 잡아두기 위해 윤 대통령을 초청했고 극진하게 대접했다. 아예 한국과 연구개발을 같이 하겠다는 것도, 네덜란드 기술을 한국 반도체산업의 표준으로 확실히 만들려는 걸로 이해된다. 네덜란드의 국익 관점에선 합리적이다.

그런데 우리의 국익은 어떤가. 몸이 달아있는 건 네덜란드고, 한국은 장차 공급선을 고를 수 있는 고객인데, '동맹' 같은 고착된 관계를 굳이 먼저 나서서 약속해줘야 하는가? 아이폰도 있고 갤럭시도 있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먼저 '나는 갤럭시와 동맹이다. 더 좋은 타사 제품이 나와도 갤럭시만 쓰겠다'고 선언하면 갤럭시는(삼성은) 그 소비자를 속으로 뭐라 부를까?

미국이 대중 전략에 따라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이상, 네덜란드와 한국의 관계가 크게 흔들릴 위험은 별로 없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바른 전략은, 미국의 과도한 자국 중심 전략을 경계하며 중국과도 관계를 개선하고, 무엇보다 원천기술을 우리 스스로 보유하기 위해 내부 투자를 과감히 실행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와의 관계는 관계대로 잘 유지하면 될 일이다. 오히려 중국 방문이 더 급하다.

아무리 그곳이 아직 맛집이라지만, 굳이 '앞으로도 이 집만 올게요'라고 약속까지 해서 '호갱 인증'을 해줘야 하나. 대통령의 국내 정치용 외교는 한국에 점점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