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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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브리핑] 여성위원회, 청년•대학생위원회, 경상북도의 청년 동원 저출생 극복 정책 비판 논평 발표

작성자
대변인실
작성일
2024-08-07 17:07
조회
510

우리는 저출생과 전쟁하지 않는다

― 경상북도의 청년 동원 저출생 극복 정책에 부쳐 ―


최근 저출생을 극복하자는 취지의 정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거나 사뭇 기괴하기까지 했다. 서울시의원이 주도한 행사는 케겔 운동을 포함한 댄스 체조를 출생 장려 캠페인으로 홍보했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는 여성을 1년 조기 입학시키면 교제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스드메' 사기가 저출생의 원인이라며 공정거래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경북도가 올해 초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저출생과 전쟁 100대 실행 과제'를 내놓았다. 여기에 청년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주선한다는 '청춘 동아리' 활동 시행, 대학생 서포터즈 아이 돌봄 활동 투입 등이 포함되었다.


이 정책들은 저출생 문제의 본질을 비껴갈뿐더러 국민을 출산하고 육아하는 존재로만 바라보고 있다. 이 정책들 속에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존재만이 있을 뿐, 그 속에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없다. '청춘 동아리' 활동은 청년 개개인이 나 자신으로서 자유롭게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만남과 연애만을 장려한다. 자기 돌봄을 위한 시간마저 주어지지 않는 사회에서 '대학생 서포터즈'와 같은 미봉책에 기대기보다 더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목적은 출생률을 높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모두의 권리가 촘촘하게 보장되고 돌봄이 일상화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 저출생은 공동체가 지속가능한 기본적인 조건마저 지켜지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개인이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를 미시적인 순간과 찰나에서 찾는 정책은 효과적이지 않을뿐더러 모욕적이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전쟁은 저출생이라는 현상 아래에 있는 일상의 전쟁,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 위기와 같은 문제이다. 지금의 생존과 앞으로의 미래가 확실하지 않을 때 우리는 또 다른 생명을 이 세상에 초대할 수 있을까. 내가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또 하나의 삶을 책임지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전의 역사에서 우리에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이제는 굴레를 뛰어넘어 더 넓고 자유로운 세계로 나아갈 대안을 찾을 시간이다. 기본소득과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을 통해 모두가 생존을 보장받고 존중받으며 다양한 삶의 형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얼마 전 대법원에서 동성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감각은 이미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 다가오는 변화에 정치가 발맞추어 정책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4년 8월 7일

기본소득당 여성위원회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