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일을 중단할 수 없는 사회, 안전을 위한 ’멈춤‘이 필요하다
- 에어컨 설치 중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20대 희생자를 추모하며
지난 13일, 전남 장성군에서 중학교 급식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던 27세 양 씨가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당일은 최고기온이 섭씨 34도에 습도는 70%에 이르는 무더운 날씨였다. 폭염에 내몰려 사측의 안일한 대처로 사망한 희생자에게 명복을 빌며, 유가족의 깊은 슬픔에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병원은 양 씨의 사망 원인을 열사병으로 진단했다. 유가족의 말에 따르면 첫 출근날에도 양 씨는 주머니에 넣은 담뱃갑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고 한다. 언제라도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노동환경이었다는 것이다. 사측은 산업안전교육과 폭염 대처 방안도 없이 작업 현장으로 노동자들을 내몰았고, 작업 중 온열질환 증상자가 나왔음에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아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양 씨의 사진을 찍어보내며 어머니에게 ’데려가라‘며 책임을 떠넘긴 사측의 태도는 양 씨의 온열질환과 노동 과정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발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시되는 현 사회에서 노동자가 희생되는 일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안전이 후순위로 밀린 일터에서 노동자들은 위험 상황에서도 작업을 멈출 수 없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지난달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여름철 폭염 시 온열질환 및 건강 이상을 겪은 노동자는 85.1%에 달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중단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노동자들은 ’이후 누적될 물량이나 실적‘, ’수익의 감소‘, ’계약 해지 가능성‘이라 답변했다. 실적이나 수익 등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노동자들을 위험한 환경에서 노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원인인 것이다. 위험 상황에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권리인 ’작업중지권‘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되어 있으나 이는 권고에 불과한데다 기준 또한 실제와 맞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작업중지권의 강제성 부여, 노동자의 권리가 이윤과 관련없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엄중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노동 현장에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에서 나아가, 왜 우리 사회가 일하다 죽는 사회가 되어버렸는지 그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고 변화시키는 것까지가 정치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 나날이 심해지는 폭염과 집중호우로 노동 환경이 더욱 위험해지는 현실과 노동자가 안전과 생명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를 포괄적으로 지적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의 죽음 앞에 책임을 회피하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슬픔과 애도의 마음으로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만 또 다른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다.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에서 시작해 이 사회의 구조적인 위협을 바꾸어내야 한다.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는 그 무거운 책임을 함께 느끼며 누구도 일하다가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연대할 것이다.
2024. 8. 27.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