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씨의 블랙리스트>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함께 재평가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입니다.

봉준호, 박찬욱, 황동혁. 한강.

모두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었던 예술가들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고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게임’으로 에미상 감독상의 영예를 거머쥐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한강 작가는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정도면 박근혜 정부의 선구안이 남달랐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침묵했습니다.

오늘 오후가 되어서야, 유인촌 장관이 다른 기념식 행사를 빌어

울며겨자먹기로 축하의 말을 밝힌 것이 전부입니다.

문체부가 남들 눈치보다 꼴찌로 입장을 밝힌 이유는 명확해보입니다.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기술자가 지금 문체부의 수장이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진상조사 백서에 유인촌 장관의 이름이 104번 등장합니다. 백서는 블랙리스트 사태의 시작점으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을 중심으로 소속기관들에 대한 조직장악”이라고 서술하며 유인촌 장관이 사실상 블랙리스트의 ‘몸통’으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유인촌 장관 뿐만이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용호성 문체부 1차관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업 실무를 담당한 기술자입니다. 2014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직접 문화예술계 배제인사 명단을 문체부에 자기손으로 전달한 주범입니다.

그 ‘블랙리스트’에 봉준호, 박찬욱, 황동혁 그리고 한강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마음놓고 축하해줄 수 있었겠습니까.

한강 작가의 수상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가 씁쓸한 이유입니다.

블랙리스트 인사로 정계에서 퇴출되었던 유인촌·용호성을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재기용했던 책임자가 누구입니까.

바로 윤석열 정부입니다.

‘윤석열차’ 풍자만화를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경고를 하는 것도 모자라

보복성 삭감까지 단행했던 것이 누구입니까. 윤석열 정부입니다.

부마항쟁 국가기념식에서 ‘늑대가 나타났다’의 가사를 문제 삼아

가수 이랑의 출연을 막았던 것이 누구입니까. 윤석열 정부입니다.

좌파-우파 연예인을 가르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블랙리스트 경신’을 시도했던

이진숙같은 자를 방통위원장에 앉힌 사람이 누구입니까. 윤석열 정부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한강 작가의 성취에 숟가락을 얹기 전에,

국민적 성취를 박살낼 뻔한 블랙리스트 주범들을 공직에서 즉시 퇴출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대통령의 축하말에도 진심의 무게가 실리지 않겠습니까.

윤석열 정부와 보수여당이 최소한의 염치를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2024년 10월 11일 

기본소득당 당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