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산 자가 죽은 자의 한을 풀어야 할 때입니다》

77번째, 4월 3일입니다.

국가폭력에 의해 무참히 삶을 빼앗겨야 했던 수많은 4·3 영령들을 깊이 추모합니다.

기나긴 세월동안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오신

유족께도 마음 깊이 연대와 위로를 전합니다.

그리고 4·3과 작별하지 않고, 망각에 맞서 싸워오셨던 제주도민 여러분께

진심 어린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느 해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4·3 영령 앞에 국화꽃을 바치며,

12월 3일 그날 밤의 포고령을 떠올렸습니다.

”국회와 지방의회, 집회 및 시위 등 정치 활동을 금한다,

이를 위반하는 자들은 처단하겠다“

자기 뜻과 반하는 국민은 모조리 학살해도 된다는, 살의의 문장이었습니다.

만일 쿠데타를 막아내지 못해 그 포고령이 현실이 되었다면

이곳 제주에서, 또 전국 각지에서 또다시 비극이 되풀이되었을 것입니다.

생각만으로도, 몸서리쳐지는 일입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기적으로,

우리는 그 역사의 문턱을 간신히 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이곳 제주에서 되묻습니다.

과연 산 자는 죽은 자의 한을 충분히 다 풀었는가,

우리는 4·3의 넋을 제대로 위로하고 있는가.

과거가 현재를 지켜냈듯, 이제 현재가 과거의 어둠을 밝혀내야 할 때입니다.

윤석열 정권의 역사 쿠데타는 12·3 계엄 시도 이전부터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윤석열은 유족과 제주도민이 피와 눈물로 세워온

제주 4·3의 정의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정부여당의 선동으로 서북청년단이 다시 등장했고,

희생자와 유족에게 또다시 ‘빨갱이’라는 낙인을 씌우는 퇴행이 일어났습니다.

4·3 학살의 원흉이었던 이승만을 추종해 왔던 윤석열은

스스로 ‘이승만이 되겠다’는 결심으로 포고령을 선포하고, 국민에게 총구를 겨눴습니다.

내일이면 내란수괴 윤석열은 파면될 것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한 사람의 파면으로는 부족합니다.

내란 정권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4·3을 공산주의 폭동으로, 여순을 ‘반란’으로 규정해 왔던

역사쿠데타 세력을 엄중히 단죄해야 합니다.

정부가 책임지고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혀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온전히 회복해야 합니다.

여전히 제주의 산과 들에 묻혀있을 이름 없는 유해를 발굴하고,

4·3의 온전한 해결을 위해 국가 차원의 책임을 다해내야 합니다.

그렇게, 진실과 치유의 봄을 열어내야 합니다.

저와 기본소득당은 여순사건법 개정 등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가족의 곁을 지키며

과거사 정의를 밝히기 위한 일에 앞장서 왔습니다.

앞으로도 독재정치 세력의 과오를 낱낱이 청산하고,

국가폭력에 희생된 이들의 한을 풀어낼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독재세력이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과거사 정의 확립과 내란세력 청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5년 4월 3일

제주 4·3 제77주기를 맞아

기본소득당 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