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커밍」 겨울호 (시론) 이제 윤석열 정권을 끝내자
[시론] 이제 윤석열 정권을 끝내자
오준호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소장)
불안과 공포 그리고 분노의 밤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저런 시절이 있었구나’ 했던 일이 2024년에 일어났다. 3일 밤 10시 30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긴급담화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했다.
이미 역사의 박물관에 보낸 줄 알았던 ‘비상계엄’ 선포 소식에 국민은 경악했다. 가짜뉴스일 거라고 웃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현실이었다. 계엄 선포 30분이 지난 11시에 계엄사령부의 1호 포고문이 발표됐다.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하고 언론과 출판을 계엄사가 통제하며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 구금하고 계엄법으로 처단한다고 했다.
국회의장의 소집에 따라 국회로 들어오는 의원들을 경찰이 막아섰다.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가기 위해 국회 담장을 뛰어넘었다. 헌법 제77조1항,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 그러나 제77조5항,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그런데 국회가 이 헌법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게 막으려고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경내로 들어왔고, 국회 보좌진과 시민들이 결사적으로 청사 입구를 막자 창문을 깨고 청사로 진입했다.
밤 1시, 국회의원 190명이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계엄군은 철수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새벽 4시 30분에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1979년 10·26 당시 선포된 후 45년 만의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끝이 났다.
퇴근길에, 또는 집에서 쉬다가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국회로 달려왔다. 그들은 맨몸으로 무장한 계엄군에 맞섰다. 계엄군은 본회의장 전기를 끊고 국회의장과 정당 대표들을 체포하려 했겠으나, 시민의 저항에 밀려 실패했다. 만약 계엄군의 계획대로 국회의원이 체포되고 정족수 부족으로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전혀 다른 아침을 맞아야 했을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쿠데타 시도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이고 불법이다. 지금이 헌법 제77조1항의 전시 상태, 교전 상태인가. 기존 경찰력으로 도저히 관리할 수 없는 무질서 상태인가. 계엄법 제2조2항은 ‘교전 상태이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이나 사법 수행이 현저히 곤란할 때’로 계엄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한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하나도 맞지 않다.
게다가 법률상 계엄 선포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계엄법 제49조5호는 계엄 선포 전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소집해 통보하고, 국무위원 다수의 반대에도 밀어붙였다. 또한 계엄을 선포할 때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해야 하는데(헌법 제77조4항) 국회의장도 여야 대표도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
계엄 선포 후 권한 행사도 불법적이다. 헌법에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할 수 있게 했는데도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금지한다’고 포고하고 경찰력으로 국회의원의 등원을 막았으며 무장 병력으로 국회 본회의를 막으려 했다. 헌법은 계엄을 행정부의 독단적 권한이 아니라 입법부와 협조해야 하는 행위로 본다. 그런데 군을 동원해 국회를 마비시키고 국민의 대리자인 의원을 체포하려고 한 건 명백한 친위 쿠데타요, 내란 시도다. 헌법 제84조는 ‘내란 및 외란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통령에게 재직 중 형사소추를 면제한다. 따라서 내란에 해당하는 12월 3일의 행위는 대통령직과 상관없이 즉시 수사받아야 하는 범죄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한폭탄이다
그의 인식과 언행은 도대체가 정상이 아니다. 긴급담화에 쓴 단어들을 보자.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전복을 기도” “파렴치한 망국의 원흉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 등등. 이것이 민주국가 지도자가 야당을 상대로 하는 말인가. 왕조시대 왕이 역적을 비난하고 사약을 내릴 때 쓰는 말이다. 손바닥에 ‘王’을 쓰더니 정말로 그리 믿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야당이 장관, 검사, 방통위원장, 감사원장을 탄핵하고 예산안을 삭감해 행정부가 마비되었다고 눈을 부릅뜬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25번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의 입법 기능을 마비시킨 건 누구인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백 사건에 단 한 번 소환조사도 없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검찰이, 야당 대표는 먼지 한 올까지 탈탈 털어 죽이려 드는 건 공정한 법 집행인가? 감사원장 스스로 “정부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기관”이라 자임하면서,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의 불법성 의혹에 대해 시간만 질질 끌다가 면죄부를 줘도 아무 문제가 없나?
야당의 예산 삭감이 초유의 일이라 비난했지만, 예산 삭감은 대통령실과 검찰이 쌈짓돈처럼 여기는 특수활동비에 집중되어 있다. 애초에 부자 감세와 긴축 재정만 고집한 건 윤석열 정부다. 경제가 무저갱으로 추락하고 생산·소비·투자의 ‘트리플 감소’가 여섯 차례나 반복되어도 정부의 재정 역할을 외면한 건 윤 대통령이란 말이다. 다 떠나서, 야당이 다수당이 된 이유가 무엇인가? 반성도 사과도 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주행 때문이 아닌가. 국민 지지율이 10%대란 게 뭘 뜻하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했을까. 그에겐 정치적 사유 능력 자체가 없다.
계엄은 6시간 만에 끝났으나 그 여파는 한국 경제에 엄청난 악재였다. 환율이 일시 1500원 가까이 치솟았다. 코스피도 하락했다. 해외 주식시장에서 한국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통령이 객기로 계엄을 선포하는 나라에 어느 펀드매니저가 안정적 투자를 권할까. 국민들은 이미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 점으로 ‘경제 민생 물가’를 1순위로 꼽았지만(갤럽조사, 11.29) 이번 사태는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더 크게 높였다.
천주교 사제 1466명이 11월 28일에 발표한 시국선언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힘없는 사람을 업신여기고 친교를 파괴하는 그의 유일한 공로는 하나가 전체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음을 입증한 겁니다. 그런데 우리야말로 더 큰 하나이고 우리에겐 뽑을 권리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있으니 늦기 전에 결단합시다.”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 사람의 무모한 통치자가 국가의 헌정질서와 민생과 대외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를 대통령 자리에 두는 건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한폭탄을 지고 사는 것과 같다.
윤석열을 탄핵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하야하고, 12월 3일의 내란 음모에 대해 수사와 처벌을 받아야 한다. 윤석열과 함께 위헌이 명백한 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장관, 그 위헌적 계엄에 따른 계엄사령관 직을 받아들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계엄 결정을 함께 획책했거나 동조했음이 의심되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주요 실·국장 등도 수사하여 내란죄로 처벌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국무위원도 수사 받고 경중에 따라 책임지게 해야 한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투표에 의도적으로 불참하고 자당 의원들의 투표 참여를 막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그 자체로도 중대한 죄책을 저질렀다. 만약 자신의 말과 달리 사전에 계엄 선포 사실을 듣고 국회 일정을 방해한 것이라면, 역시 내란죄에 해당한다.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하야 결정을 기다릴 필요조차 없다. 바로 탄핵소추에 나서야 한다. 이미 헌정질서와 민주적 가치에 대한 그의 범죄 사실은 충분히 중대하다. 게다가 그의 직무를 당장 중지시키지 않으면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2차 계엄 선포, 혹은 북한에 대한 의도적 군사 도발도 윤석열의 상태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12월 4일, 야당(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 191명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소추가 가결되는지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합류에 달렸다. 한동훈 대표는 12월 3일 밤에 국민과 함께 위헌적 비상계엄을 막겠다고 했다. 그것이 위헌이면 이를 발동한 자를 대통령으로 둘 수 없는 것도 자명하다. 국민의힘은 탄핵하면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둥 허황한 논리에 빠지지 말기 바란다. 윤석열을 못 끊어내면 국민의힘도 같은 내란 세력일 뿐이다.
만약 국회에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남는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공석을 메우지 못해 6인 체제이다. 6인 체제로도 탄핵소추안 심의와 의결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그럴 때는 6인 전원 만장일치 인용 결정이 나와야 한다. 쉽지가 않다(국회가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켜 권한대행 체제로 만든 다음, 국회 추천 몫인 3인의 재판관을 추천하고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래서 시민이 나서야 한다. 한국 사례와 많은 해외 사례에서, 결국 탄핵을 결정짓는 요소는 ‘광장연합’이었다. 2016-17년 박근혜 탄핵 당시 연인원 1600만 명의 시민이 전국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촛불광장의 거대한 힘이 국면마다 우왕좌왕하는 야당을 탄핵대오로 끌어왔고 끝내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도 끌어냈다. 12월 3일 쿠데타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설 것이다. 정당들은 시민과 함께 광장연합을 결성하고, 더 많은 시민에게 손을 내밀고, 탄핵 이후의 세상을 그려 보여줘야 한다. 민주진보 정당과 시민의 힘이 만나 제2의 촛불항쟁을 만들어 낸다면, 국민의힘을 압박해 탄핵연합으로 돌려세울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사법방패’도 뚫을 수 있다.
기본소득당은 언제나 민주주의 수호와 확대를 위해 싸웠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가장 앞선 민주주의 기획이다. 사회 공유부의 정당한 상속 몫을 모든 이에게 돌려주고, 모두에게 공동체 참여의 기본 발판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민주적 유산은 그 사회 구성원들이 피땀 흘려 쌓은 공유부다. 시민들이 계엄군을 막으려 국회에 달려가고, 국회의원들이 침착하게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행동은 우리 사회의 민주적 유산 덕분이다. 따라서 기본소득당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앞장서는 것은 ‘공유부 철학’에서 당연하다.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한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기본소득당은 모든 힘을 다할 것이다.
탄핵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그러나 우리 목표는 윤석열 정권이란 말뚝을 뽑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더 나은 민주주의, 더 나은 경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고착화를 멈추고 녹색 복지국가와 지속 가능한 혁신 국가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정부는 시민의 존엄과 안전을 보장하고, 시민은 자유 속에 공동체적 연대를 실천하는 사회를 만들자. 탄핵을 넘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꾼다.
이 겨울 우리는 또 광장에서 역사를 써야 할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길지 알 수 없지만 이것을 통과하지 않고 역사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미국 하원의 탄핵 안내서는 “탄핵의 용도는 헌정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이 시한폭탄 같은 정권이 끝나야 헌정질서가 바로 서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 탄핵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수단이다. 12월 3일의 분노와 허탈감을 딛고, 새로운 공동체의 희망으로 나아가자.
- 이 시론은 기본소득당 계간지 ‘인커밍’ 7호(2024년 12월)에 실릴 글이며 급박한 정국으로 인해 온라인에 먼저 게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