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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이 시대의 상식이 될 수 있도록

새정부 출범 다음날, 국회에서는 “국가 주도 탈시설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제 국회의원 임기도 절반정도 남았는데요. 새정부 출범과 함께 남은 2년간의 과제를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는 와중에 이번 토론회에 함께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토론회 전날, 추경호 신임 기재부 장관께서 인사차 제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인사를 나눈 후 추경호 장관께 다시 한번 더 장애인 권리 예산 배정에 힘써달라 요청드렸습니다. 

“사회적 인식이 따라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제 요청에 대한 추경호 장관님의 답변입니다.  추경호 장관의 답변이 그 한 사람이 아니라, 정치인 다수의 답변인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약자를 사회적 문젯거리로 낙인찍을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권력을 활용해 약자의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 정치인의 태도였습니다. 

그런 정치를 대표적으로 펼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입니다. 이준석 대표는 탈시설 문제를 두고 “탈시설은 일부 장애계의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강하게 제동을 걸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틀린 이준석 대표의 말은 그의 무지를 정확히 드러냅니다.

우선 “탈시설은 일부 장애계의 주장”이라는 말부터 틀렸습니다. 장애인이 시설에 살지 않을 권리는 2009년 우리나라가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되어 있는 권리입니다. 장애인들은 오랫동안 “좋은 시설은 없다”라고 외쳐왔습니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지역사회와 격리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19는 그간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두었던’ 행정이 얼마나 위험하고 폭력적이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코로나 재난 속에서 시설장애인의 권리는 방치되었고 인권침해 사례 역시 연이어 폭로되었습니다. 이제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장애인을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보편의 인식이 되고 있습니다.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은 장애인의 권리를 ‘나중’으로 미루는 정치입니다. 새 정부에서 장애인 권리가 후퇴되지 않고 더욱 나아갈 수 있도록 국회와 당사자 운동 간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21대 국회 후반기 활동에서 의미있는 성과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한 논의가 제도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저 역시 공동발의로 함께한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이 역시 제정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장애인 권리에 대한 무지와 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람이 여당의 당대표가 된 시대입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치열하고도 성실하게 “장애인도 사람이다”라고 외치며 싸워온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권리 투쟁을 위해 온몸으로 싸워왔던 장애인차별철폐를 비롯한 시민단체에 더욱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여러분의 상식이 시대의 상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떤 몸을 가졌던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모양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2년 5월 12일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