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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빈곤의 덫'이란 겁니다. 오 시장님>

오세훈 서울시장이 '안심소득'을 홍보하다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돈 벌 기회가 생겨도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오 시장의 대표 공약 안심소득이 기존 복지제도보다 효율적이라 하다가 나온 말입니다. 

오 시장은 "기초수급자로 한 번 선정되면 평생 그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다"고도 했습니다. 서울시가 시범사업을 계획하는 안심소득이 수급자의 근로의욕을 북돋을 수 있다는 얘긴데요. 야당 의원이 "수급자가 자활 의지가 없다는 건가" 비판하자 오 시장은 "돈을 더 벌면 자격을 상실하는 제도의 한계를 말한 것"이라 대꾸했습니다.  

제도의 한계에 대한 오 시장 지적이 완전힌 틀린 건 아닙니다. 오 시장의 문제점은, 수급자들이 마치 이 제도의 한계를 이용해먹으려는 사람인 양 낙인찍는다는 점입니다.    

오 시장이 가리키는 현상은 '빈곤의 덫'이란 겁니다. 가난한 사람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매우 질 낮은 일자리뿐이고, 수급권 얻기는 몹시 까다로우니 저 일자리를 얻으려고 수급권을 포기하기 두렵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덫에 걸립니다. 그것이 그들의 잘못이겠습니까? 오 시장 발언은, 미 레이건 행정부가  복지제도를 공격하려고 만들어낸 악명높은 '복지의 여왕'을 연상케 합니다. 

빈곤의 덫이 존재함을 알았다면 이를 해체할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기본소득이 그 효과적 해법입니다. 기본소득은 시장소득과 경합하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받으면서 자발적으로 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안심소득 역시 현 복지제도의 한계 극복이 목표일 것입니다. 세부 쟁점은 따져봐야겠지만 정책의 출현은 긍정합니다. 다만, 오 시장은 기존 복지의 재원을 가져다 안심소득에 쓰겠다는 말만 하고 있어서 지속가능성이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현실적인 재정 모델부터 밝혀야 할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만을 위한 정책은 '가난한 정책'이라고 복지연구자 티트머스는 지적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만 위한다고 할 때 그들에게 낙인을 찍고 재정 확대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서입니다. 오 시장의 이번 발언은 저 지적이 사실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