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직페미 1월 논평] 때리지 않으면 강간이 아니라는 나라 ― 여가부의 '비동의 강간죄' 추진 철회에 부쳐 ―
[1월 3단논평] 때리지 않으면 강간이 아니라는 나라
― 여가부의 ‘비동의 강간죄’ 추진 철회에 부쳐 ―
어제였던 1월 26일, 여성가족부가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9시간 만에 입장을 철회했다. 법무부가 학계 전문가 의견 수렴 및 해외 입법례에 대한 심층 연구를 포함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개정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전화 한 통으로 여성가족부의 청년 지원 사업을 중단시킨 전적이 있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법이 도입되면 합의한 관계였을지라도 이후 상대방 의사에 따라 무고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성가족부가 갈등을 과열시키니 폐지를 공약한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여성가족부가 입장을 번복한 이후 현재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게시물이 삭제되어 있다.
비동의 강간죄란 형법상 강간의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제297조의 강간죄 구성요건이 바뀌지 않은 70년 동안, 한국에서는 저항할 수 없는 수준의 폭행·협박이 있어야만 성폭력 피해가 인정되어왔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19년 1월부터 3월까지 전국 66개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강간(유사강간 포함) 상담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성폭력 피해사례 총 1,030명 중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행사된 사례는 28.6%에 불과했다. 70%가 넘는 성폭력 피해가 현행법으로는 인정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한 탓에 법정은 피해자에게 얼마나 적극적으로 저항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따져 물으며 피해자를 ‘원인제공자’로 몰아가고, 가해자는 폭행·협박이 없었으니 성폭력이 아니라며 피해자를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일이 관행처럼 남발되고 있다. 또한 권성동 의원의 우려와 달리 2018년 성폭력 무고로 고소된 사례 중 유죄로 확인된 것은 전체의 6.4%에 불과했다.
비동의 강간죄는 국제적인 흐름이다. 영국과 독일, 스웨덴의 경우 이미 비동의 강간죄를 도입해 성범죄에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이미 5년 전 한국 정부에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권고했고, 2017년 일반권고 규정에 “성범죄는 자유로운 동의의 부재를 기준으로 정의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듬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형법상 성폭력범죄의 판단기준 및 개선방안’ 보고서는 비동의 요건이 도입되면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세밀하게 검토함으로써 처벌 공백을 막고 판단 요소를 분명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적인 권고사항을 이행하겠다는 여성가족부의 발표에 곧장 반대 의견을 낸 법무부와 정치권이 학계 전문가 의견과 해외 입법례에 대한 연구를 들춰보기라도 했는지 의심스럽다. 여성가족부는 또다시 정부의 눈치를 보며 퇴행을 선택했지만, 70년째 ‘때리지 않으면 강간이 아니’라는 나라에서 더 이상의 후퇴는 허락될 수 없다. 비동의 강간죄 즉각 도입하라!
2022년 1월 27일
기본소득당 베이직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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