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보기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

‘시간’을 이유로 탑승제한 할 순 없습니다

오늘 아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페이스북 글이 논란입니다. 장애인의 이동권 시위를 ‘민주당 정권’ 탓하며,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에게 ‘장애인도 탑승제한’ 등 적극적 개입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탑승제한 운운도 반인권적이지만, 무엇보다 탑승제한의 필요성을 ‘시간’으로 둔 데에 더 뜨악했습니다. 

장애인의 이동권 시위는 비장애인이 너무나 평온하게 누려온 ‘정시성’을 누리지 못하는 불평등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함입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24시간 주어진 것 같아도, 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불평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다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이동하기 위해 보내야 하는 시간이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본인의 의지대로 보내는 ‘시간주권’을 누릴 수 있게 불평등의 구조를 걷어내는 일을 해야 합니다. 오늘 이준석 대표의 말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제한되고 누리지 못하는 현실은 외면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에는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비장애인의 시간을 침범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겁니다.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한다고 자부심을 느끼는 이 대표가 시간을 이유로 탑승제한 한다고 인식하는 것도 놀랍습니다. 승객 사이 거리가 없을 만큼 지하철이 꽉 찼을 때, 더 타면 안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제한하는 현장을 저는 경험했는데 말이지요. 단 한 번도, 누군가의 ‘시간’ 때문에 탑승제한 한다고 느끼지도 경험하지도 못했습니다. 이미 시간을 불평등하게 보내고 있는데, 시간을 이유로 탑승제한 하는 건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서울교통공사는 이동권을 권리 차원보다 여론전 득실로만 따져 논란인데, 날개를 달아주려 하십니까. 이준석 대표는 진정 국민의 출근길이 걱정이라면, 약속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부터 고민하십시오. 또, 현장 가서 따져 묻겠다며 여당 대표 권한 행사 이전에, 시간 불평등 등 인권감수성 전반을 먼저 점검하길 바랍니다.

2022.03.25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신 지 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