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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진짜 싸움, 이제 시작입니다

국회 본청에서 농성을 시작한 첫 번째 밤입니다.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타결 소식때문입니다. 

너무나 소박하고 너무나 정당한 요구였습니다. 그런데도 무참히 짓밟히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협을 성사시켰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하고 기뻐하는 하청노동자들의 모습에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이제 어떤 하청노동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항거할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욕은 욕대로 먹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사측의 손해배상소송도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임금인상은 4.5%에 머물렀습니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는 철저히 법과 원칙에 따라 형사책임을 묻겠다 합니다. 완전히 시범케이스로 만들어 다시는 머리도 못 들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1인당 18억원에 달하는 손배소송, 그리고 검경의 끈덕진 수사와 기소를 이 분들이 버텨낼 수 있을까요.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국회가 겨우 생환한 이분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야 합니다.

방편은 있습니다. 이미 발의되어 있는 '노란봉투법' 논의에 즉각 착수해야 합니다. 파업권을 무력화시키는 사측의 수백억 손배가압류 폭탄을 금지하는 법안입니다.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위협이 단체협상 테이블에서 협상카드로 활용되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 어떤 선진국도 파업권을 제약하기 위해 손배소 활용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사법부 판단에도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해 국회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협약을 비준했습니다. 이에 파업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각종 민형사상 조치는 협약위반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이런 탄압적 성격의 소송은 법원이 알아서 모두 기각시켜야 합니다. 국제협약은 헌법상 국내법과 동등한 지위이며, 협약불이행을 정당화하기 위해 상충하는 국내법을 들이댈 수 없습니다. 한동훈 윤석열의 우물 안 법과 원칙이 통용될 수 없는 세계가 있음을 천명해야 합니다.

재산권 앞에서 헌법상의 권리인 노동권과 결사의 자유가 무력화되는 이 나라가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공화국이라 말할 수 있습니까? 이대로 살 순 없다며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을 스스로 1입방미터 남짓한 철골 공간에 가둔 하청노동자를 떼법 딱지를 붙여 조롱하고 모욕하고 기소를 예고하는 정부가 존재 가치가 있습니까?

완전히 고삐가 풀린 행정부를 막아세우는 역할, 입법부가 해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부여된 크나큰 권한은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하여 존재합니다. 이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어떤 변명도 무용합니다.

2022년 7월 22일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