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지] 용혜인 "4,500억원 국고 낭비,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합니까?"
≪4,500억원 국고 낭비,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합니까?≫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절차를 위한 중재의향서를 제출한지 10년 만에 오늘 중재 결과가 나왔습니다. 2,800억원에 이자까지 붙어 배상액이 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ISDS 절차상 중재 판정에 대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절차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만, 제기의 실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오늘 오후 1시에 대응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합니다. 어떤 계획이 발표될지 모르겠으나 “선방했다”는 책임면피성 발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3가지를 정부에 제안합니다.
첫째, 책임자 문책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내각을 일명 ‘론스타 내각’이라고 부를 정도로 책임자 관료들이 주요 부처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서 ISDS 대응까지 주요 국면마다 권한을 가진 관료로서 오늘의 사태를 만든 주역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론스타 외한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의 컨설팅을 맡았던 김앤장의 로비스트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제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새롭게 밝혀냈듯이, 이창용 총재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재직 당시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및 지배 자격이 없는 산업자본임을 자인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자료를 보고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사모펀드 론스타 편에서 국익을 저버린 마피아 관료들이 곳곳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책임에 합당한 문책 없는 정부의 어떤 계획 발표도 신뢰를 줄 수 없을 것입니다.
둘째, 중재판정문 공개입니다.
정부는 이란 다야니 일가가 제기한 ISDS 패소 이후에도 당사자간 합의를 이유로 판정문을 비공개했습니다. 저는 론스타 중재판정문 역시 같은 이유로 비공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판정문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 론스타 사건의 구체적 귀책 사유 역시 드러나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국회와 시민사회의 책임 추궁 역시 한계에 부딪힐 것입니다. 배상액 4,000억원에 중재절차 수행 비용 500억원(2022년 8월 기준)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거덜 낸 관료들에게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도 약해질 것입니다. 배상은 국민 세금으로 하는데, 국민은 한국 정부가 무슨 잘못을 해서 배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반민주적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같은 제한된 범위에서라도 중재판정문의 완전한 공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셋째, 론스타 본안 판결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절차를 포함해 향후 대응계획은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국회 및 시민사회와의 협의 속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앞서 밝혔듯이 ICSID에 취소를 구하는 절차는 성공 가능성이 낮음에도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는 시늉을 하기 위해 로펌에 추가 소송비용을 들이는 면피성 예산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ISDS와 투자보장협정(BIT)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입니다.
론스타를 포함해 중재의향서를 제출했거나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고 이중 법무부가 관리하는 ISDS 사건이 4개입니다. 최근에는 한국 정부가 낮은 공시지가를 결정해 보상에서 손해를 입었다는 ISDS 제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할 수 없는 분쟁해결 절차를 외국인은 할 수 있는 ISDS는 그 자체로 적극적 공공 정책에 대한 위축 효과를 낳습니다. 또한 한국이 체결한 100여개 투자보장협정(BIT)에는 페이퍼 컴퍼니의 분쟁 제기 적격성을 부인하는 ‘혜택의 부인’ 조항이 없습니다. 이번 론스타 ISDS 역시 벨기에 소재 론스타의 유령회사가 제기했지만, 혜택의 부인 조항이 없어 중재 절차 자체를 기각시킬 수 없었습니다.
4,500억원, 이 액수면 알량한 복지의 사각지대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의 일부는 듣지 않아도 될, 어마어마한 액수입니다. 책임자 문책과 제도적 정비, 론스타 사건의 교훈입니다.
2022년 8월 31일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 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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