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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자식을 둔 부모가 아닌, 정부의 잘못입니다》

가장 행복한 날이었어야 할 어린이날 연휴, 서울 한복판에서 5세 아동이 사망했습니다. 밤새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겨우 진료를 받은 다섯 번째 병원에서조차 입원을 거부당한 아동이었습니다. 충분히 살릴 수 있었고, 살려야만 했던 아동입니다. 소아 응급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정치의 책임을 통감합니다.

저에게도 아픈 아이를 안고, 새벽부터 병원을 빙빙 돌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소아과 진료를 안 한다는 통보를 받고, 다른 병원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다른 데 가라는 체념 어린 권유를 들으며 병원 밖으로 나섰습니다. 조급한 마음으로 검색창을 샅샅이 뒤져봐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었습니다.

결국 소아과 없는 병원에서 대충 진료를 받고 나서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서럽고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새벽 2시부터 소아과 앞에서 ‘오픈런’을 한다는 다른 부모들의 마음을 절절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겁니다. 우리는 자식이 아프면 부모가 죄인이 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진료를 받긴 했으니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한 것은 아니다”라고 합니다. 입원치료가 필요했던 아동이 병원 다섯 군데에서 입원하지 못해 사망했는데,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죽음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가장 큰 책임을 통감해야 할 정부 부처가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아동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한 처참한 현실을 직면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잘못이 없다’며 또 다시 책임을 모면하려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조차 ‘소아과 의료 공백’에 “의사가 아닌 정부의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죽음의 가장 큰 책임은, 소아과 의료 공백을 방치하고, 실효성 없는 대책만 되풀이한 윤석열 정부에 있다는 말입니다. ‘소아과 대란’이 촉발한 지도 벌써 6개월이 넘게 지났습니다.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또 다른 희생이 이어진 것입니다. 다만 책임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니, 제대로 된 분석도 대안도 나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하루 빨리 윤석열 대통령은 책임을 회피하기에 바쁜 보건복지부 장관을 경질해야 합니다. 나아가, 소아과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신속하고 명확한 사회적 제도적 합의를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이미 일본과 프랑스 등은 저출생·인구위기 대응 및 소아청소년과 붕괴를 막기 위해 필수진료에 대한 대담한 재정정책을 펼친 바 있습니다. 우리 사회 역시 소아청소년과 의료인력이 안정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필수진료에 대한 수가를 현실화하며, 필수의료 보상을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 지원 역시 정부가 결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민간 중심의 보건의료정책이 현재의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를 붕괴시킨 주요한 원인입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전 국가적 논의 역시 필요합니다. 저 또한 소아과를 정상화하고 아동을 비롯한 모든 국민의 의료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습니다.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자리에서 목숨을 잃은 5세 아동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더는 자식이 아프다는 이유로 부모를 죄인으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2023년 5월 19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