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보도자료] 소방청, 소리소문 없이 ‘통제단 법령 폐지’… 책임 소지 회피하다 재난 대응 역량 위축 우려
- 배포: 2023.10.24.(화)
- 보도: 배포 즉시
- 담당: 김영길 보좌관
소방청, 소리소문 없이 ‘통제단 법령 폐지’… 책임 소지 회피하다 재난 대응 역량 위축 우려
― 소방청 이태원 참사 이후 ‘긴급구조통제단’ 관련 규칙 개정‧폐지… 재난안전법 제정 취지와 달리 긴급구조통제단 ‘필요한 경우’로 임의화
― 재난안전법상 긴급구조통제단 가동되어야 소방이 육상재난 지휘‧통제 전권 확보… 통제단 필요할 때만 가동 시 재난 대응 위축‧책임 소지 회피 우려
― 소방청, “대응 단계‧통제단 운영 인식 혼란, 지휘체계 복잡‧인력 소요 비효율” 주장하나… 이태원 참사 전까지 통제단 선제적 가동‧부분통제단 활성화 등 일관된 입장 유지해
― 용혜인 의원, “이태원‧오송 참사 후 소방 재난현장 지휘 책임 강화 않고 책임 소지 면피 위한 법령 개정 추진… 재난안전법 취지 역행하는 법령 개정‧폐지 원상복구해야”
소방청이 이태원 참사 이후 재난 대응 책임 소지를 줄이기 위해 ‘긴급구조통제단’ 관련 내부 법령을 개정하거나 폐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긴급구조통제단은 소방이 재난안전법에 따라 육상재난의 긴급구조활동의 총괄적인 지휘‧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하는 핵심 조직이다. 소방청은 긴급구조통제단을 유연하게 운영하고자 법령 개선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재난 대응의 필수 조직인 긴급구조통제단을 ‘선택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향후 재난 대응 역량의 위축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긴급구조통제단 관련 법령 개선 현황’에 따르면 소방청은 올해 3월30일 자로 ‘중앙긴급구조통제단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하 중통단 운영규정)’을 완전히 폐지했고, 8월18일부터는 ‘긴급구조대응활동 및 현장지휘에 관한 규칙(이하 긴급구조지휘규칙)’을 개정했다.
법령 개선의 핵심은 기존과 달리 긴급구조통제단을 대응 4단계(대비‧1‧2‧3단계)에 따라 운영하지 않도록 분리하고, 긴급구조통제단의 가동은 기능수행이나 재난규모 등 종합적 고려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 가동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문제는 소방 조직이 긴급구조통제단을 임의적으로 가동하게 되면 현행 재난안전 대응시스템의 골간이 무너진다는 점이다. 현재도 대응단계 발령은 인력‧자원 확보, 긴급구조통제단 단계 발령은 지휘‧통제권 확보로 개념상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2004년 재난안전법 제정 이래 긴급구조기관은 지휘‧통제 수준에 따라 가용 인력‧자원을 확보하게 되어 있다. 이는 긴급구조통제단 가동을 통해서야만 소방이 재난안전법상 육상재난 대응의 전권을 가질 수 있고, 지자체‧경찰‧의료 등을 지휘‧통제할 권한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개선 법령과 같이 소방이 재난 현장에서 긴급구조통제단을 선제적 또는 필수적으로 가동하지 않게 된다면, 소방에게 재난 현장을 지휘‧통제해야 할 의무와 책임 또한 소방에게 주어지지 않게 된다. 필연적으로 이는 재난 상황을 통제할 총괄조직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긴급구조통제단 가동을 ‘필요한 경우’라는 지휘관별로 상이한 자의적‧임의적 결정에 맡기게 되면서 재난 책임 소지 등을 우려해 통제단 가동을 꺼리게 될 우려도 크다.
소방청은 법령 개선에 관하여 대응 단계‧통제단 운영에 대한 인식 혼란이 있고, 지휘체계가 복잡하여 많은 인력이 소요되어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청은 지난 기간 일관되게 긴급구조통제단의 선제적 가동을 강조해왔고, 대응 인력과 지휘 권한을 적절히 배분할 지침도 이미 마련해 시행 중인 상황이었다.
소방청은 2021년 12월 당시 이흥교 전 소방청장 지시로 ‘지역 긴급구조통제단 부분 운영 활성화 지침’을 소방 전 조직에 하달하고, 이행완료 실태까지 점검해 다음해 긴급구조대응계획에 반영하도록 지시했다. 해당 지침은 전행 긴급구조지휘규칙상 ”통제단은 필요에 따라 부분 또는 전면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라는 조항에 따라 ‘부분통제단(또는 약식통제단)’ 개념을 활성화하여 긴급구조통제단 가동으로 지휘‧통제권은 선제적으로 확보하되, 대응 인원은 필요한 만큼만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작년 8월 초 서울지역 집중호우 이후 소방청은 ‘서울지역 집중호우 현장대응활동 검토회의’를 열면서 개선방안으로 풍수해 등 자연재난 대응원칙으로 ‘통제단 운영 정립’을 강조하며 ”재난안전법상 모든 재난현장에서는 긴급구조통제단장이 지휘한다“, ”시‧도 재대본(재난안전대책본부)과 별개로 통제단 가동 등 적극 대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회의는 긴급구조통제단을 총괄하는 대응총괄과가 주관하고 서울 등 8개 본부가 참여했고, 회의 결과는 전 조직에 공유됐다.
현재 소방청이 법령 개선 취지로 밝힌 내용은 이미 반영되어 있었고, 동시에 긴급구조통제단을 선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재난안전법 제정 취지까지 일관되게 집행되어 왔던 것이다. 이번 법령 개선이 이태원 참사‧오송 참사 당시 소방의 긴급구조통제단 가동 여부나 시점 등이 문제가 된 이후 책임 소지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에 놓이는 이유다.
용혜인 의원은 “이태원‧오송 참사 등 반복되는 재난 앞에서 소방은 재난현장 지휘 책임을 다하기보다는 책임 소지를 면피하기 위한 법령 개정을 암암리에 진행해왔다고 보인다”며 “육상 재난에 있어 소방 조직에 전권을 부여한 재난안전법 취지를 역행하는 법령 개정을 중단하고 조속히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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