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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몇 개 선택지 안에 갇혀 있다. 내가 지난 주 기자회견에 제안한, '의대 정원을 늘리되 공무원 의사로 뽑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영국의 NHS(국립보건서비스)처럼, 공공의사를 뽑고 공공병원을 늘려, 공공의료 시스템에서 필수-응급-지역의료를 일차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면허제도를 분화해 공공의사면허제도를 별도 설립해야 한다. 공공의사를 육성하기 위해 별도의 의대를 만들 필요 없이, 기존 의대 안에서 같은 교육을 받되 대신 '트랙'만 분리하면 된다.  (국립의대가 없는 광역지자체의 의대 신설은 별도의 과제다)

현행 시스템에선 의사 구인난 때문에 점점 의사 소득이 가파르게 오른다(봉직의 임금이 OECD 28개국 중 최고). 이는 더욱 돈 되는 비필수과-수도권 개원으로 쏠리게 만드는 이유다. 이건 '시장의 실패'다.

공공의사 시스템에선 국가는 교사와 행정공무원을 필요한 부처와 지방에 배치하는 것처럼 의사를 필요한 곳에 배치하면 된다(단, 분과별 충원은 세심한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공공의사가 사명감과 만족감을 갖고 일하도록 급여와 고위직 승진 체계는 잘 짜야 한다. 그렇더라도 지금처럼 사회적 자원이 의사 임금에 과도하게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내용을 보면, 국민의힘은 '낙수효과'만 대책 없이 믿고 있다. 일단 수를 늘려 놓으면, 비필수과에서 필수과로, 지방으로 서서히 채워질 거란 생각이다. 한편 민주당과 정의당의 지역의사제 도입 방안은 장학금을 주고 지역에 일정 기간 의무 근무하라는 건데, 장학금을 반납하고 수도권으로 가버릴 가능성도 크다. 

기존 민간의료 중심 시스템을 왜 건드리지 않고 의사 개개인의 선의에만 기대려고 할까? 국가가 공공 의료인력을, 적절한 보상체계에 기반해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필수/지방/공공의료와 의과학분야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혁하자. 모두가 의사 수 확대를 말하는 이 때가 바로 개혁의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