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언론인 여러분.

반갑습니다.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권한대행 오준호입니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보면 독재자 빅 브러더는 사람들의 사고를 통제하기 위해 언어를 통제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단어를 줄이고, 단어의 뜻을 임의로 바꿔서 받아들이라고 강요합니다.

선거 시기 정부여당의 언론 길들이기 행태는 빅 브러더 뺨쳤습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여당 민원 처리기구로 전락했습니다.

‘대파 875원’ 보도, 윤 대통령 장모 가석방 논란을 알린 보도 등 MBC 보도들이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이유로 선방위 심의, 제재 대상이 됐습니다. 여당이 기획된 민원을 넣으면 선방위는 기다렸다는 듯 제재에 착수했습니다.

대통령 장모 가석방 논란이 선거와 무슨 상관입니까. 대통령이 대파 들고 한 말이 선거 앞둔 부적절한 보도라면, 선거 앞두고 카메라를 대동해 대파 할인 매장에 간 대통령은 뭡니까.

‘대통령이 가는 길이 역사가 된다’는 말이 대통령 조롱이라며 선방위는 CBS 김현정 뉴스쇼를 징계했습니다. 정부 비판적 패널이 한 말이라 조롱 의도라는 겁니다. 관심법입니까.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라며 언론에 침묵을 강요하는 겁니까.

그런데 선거 시기 언론 길들이기 행태는 윤석열 정부 2년간 벌어진 폭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입니다. 방통위 장악, MBC 압수수색, KBS 사장 교체, 시사프로그램 폐지, 세월호 10주기 다큐 무산 등 ‘입틀막’ 언론 장악 시도 사례는 끝이 없습니다.

다행히 유권자 국민께서 언론 장악의 본질을 꿰뚫어 보셨습니다. 그리고 투표로 정부여당을 심판했습니다. 위대한 민심이고 다중 지성입니다.

국민이 주신 이번 선거 결과는 무엇을 뜻합니까. 윤석열 정권의 범죄적인 언론 장악 실상을 낱낱이 규명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언론환경을 조성하여 민주주의를 지켜내라는 것입니다. 여기 모인 민주진보정당들은 그 명령을 따라야 합니다.

22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힌 방송 3법을 즉각 재추진하고, 언론장악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합시다. 언론미디어개혁특별위원회를 국회에 설치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언론환경을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찾읍시다.

KBS 세월호 10주기 다큐가 외압으로 무산되고 담당 피디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촬영분은 제 개인 외장하드에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내년도 있고 15주기도 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권력으로 언론 자유를 빼앗고 권력의 치부를 숨기려 해도, 진실은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진실을 드러나게 하고, 진실을 위해 노력하는 언론인 편에 서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입니다. 새진보연합이 하려는 정치입니다.

올바른 언론과 깨어 있는 유권자가 있는 한 빅 브라더의 언론 장악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새진보연합은 그러한 언론과 국민을 믿고, 22대 국회에서 방송3법 재추진을 비롯한 언론개혁에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