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수의 동물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오늘을 기억합니다.

축산업과 연관된 기후위기를 논하며 결국 이 방식은 인간과 지구의 파멸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인간과 지구를 잠시 잊더라도, 오로지 이들 하나하나의 죽음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올해의 세 번째 복날, 말복입니다.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몸보신’을 한다며 삼계탕, 보신탕 등을 섭취하는 날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말복을 맞아 세상을 떠난 무수한 동물들이 존재합니다. 들여다본 그들의 삶은 차라리 죽음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처참합니다. 너무나 비좁은 우리, 너무나 열악한 환경, 그리고 끝없는 고통. 그 고통의 끝은 결국 죽음입니다. 공장식 축산업 아래, 동물들은 강제로 임신을 당하고, 인간에 의해 태어나 항생제를 먹고 자라며, 비좁은 곳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강제 거세 등의 신체 훼손으로 장애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연수명에 훨씬 못 미쳐 도살장으로 향합니다.

축산동물을 둘러싸고 있는 밀집 환경은 또다른 감염병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엊그제는 고성에서 또다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병했습니다. 그리고 2400명의 돼지가 산 채로 땅에 묻혔습니다. 난생 처음 축사 밖을 벗어나 거대한 구덩이까지 몇 걸음 산책을 즐겼을 것입니다. 그 몇 걸음이 한 명 한 명의 돼지에게 어떤 느낌이었을지 감히 상상해봅니다. 인간 사회가 만들어낸 이 참극을 되돌아보고, 죽고 싶어하지 않는 동물을 죽이는 것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많은 것들이 변해야 합니다. 복지논의를 넘어 축산동물의 고통을 헤아리는 탈바꿈의 정치가, 이들의 입장에서 사유하는 새로운 감각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살아갈 이 땅에 고통의 양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말복인 오늘, 죽어간 동물들을 애도하며 변화를 기약합니다.

인간에 의해 이 세상에 태어나, 인간에 의해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가, 인간에 의해 눈을 감는 축산동물들을 기억합니다.

2021년 8월 10일 

서울 기본소득당 동물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