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무연고 사망·자살노인을 위한 추모문화제가 3년을 맞았습니다. 애도와 추모의 마음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기본소득당 최고위원 노서영입니다. 청년인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어떤 이야기를 드려야 가닿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노인 문제와 청년 문제는 동떨어져 있지 않고, 결국 함께 고민해야 하는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OECD 평균의 4배에 이르는 자살률 1위 국가입니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청년·청소년 자살률, 저출산율도 모두 1위입니다. 불평등 지수도 양극화도 세계 최고 수준인데 속도도 더 빨라집니다. 노인도 중년도 청년도 버티기 힘든,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가 된 지 오래입니다.

기초연금이 도입된 지 10년, 얼마 전 윤석열 정부가 저소득층 노인이 받는 기초연금 ‘40만원 시대’를 내걸었지만 실상은 ‘줬다가 뺏는’ 제도여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67만 빈곤층 노인 대부분이 기초연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생계급여의 97%를 깎인 것입니다. 정부가 기초연금 예산을 증액했다며 한참 생색을 내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없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연금개혁으로 다시 손보겠다 하지만, 말로만 ‘약자 복지’를 외쳐온 정부에게서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기약 없는 기다림입니다.

‘찔끔’ ‘선별’해서는 노인 빈곤, 자살 문제 해결할 수 없습니다. 포퓰리즘 운운하는 시혜적인 태도가 아닌, 오랜 세월 삶을 바쳐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시민에 대한 정당한 권리로 접근해야 합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임에 기반할 때 고령화·저출생 사회에서도 미래를 그릴 수 있습니다. 기초연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삭감 없는 보편적인 노인 기본소득입니다.

지난 4년 동안 고령의 무연고 사망자도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장례를 책임질 수 있는 자녀가 없거나 장례를 감당하기 어려운 고령의 지인만 곁에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적절한 지원 체계와 제도는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족형태도 주거형태도 다양해지는 초고령화시대, 공영장례 역시 보편적인 사회보장제도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맞벌이 부부인 부모님 아래서 저는 외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저희 할머니는 구청에서 제공하는 노인일자리 중 초등학교 등하교 지도를 맡고 계십니다. 많은 급여는 아니지만 일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자긍심을 가지시는 모습에,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가 어린이에게도 청년에게도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롤모델이 다양해지는 사회가 바로 좋은 사회일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어디에 살든, 모아둔 자산이 있든 없든, 자녀가 있든 없든 행복한 노인이 될 권리가 있습니다. 그 권리가 실현되는 기본소득 복지국가를 기본소득당이 꼭 앞당기겠습니다. 함께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