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생태위원회 논평] 산불을 키운 건 기후재난 대응에 실패한 정부다

전국적으로 대형 산불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산청의 산불은 여전히 진화되지 않은 채 거센 불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피해 규모와 범위가 역대 최대입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진화대원 4명과 헬기 조종사 1명이 순직했습니다.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의 피해도 이어져, 현재까지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6명에 이릅니다. 화마는 사람뿐 아니라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천연기념물인 울주 목도 상록수림이 불탔고, 900년을 살아온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도 불에 타서 쓰러졌습니다. 목줄에 묶인 개들, 축사에 갇힌 염소들은 도망가지 못하고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가까스로 불을 피해 달아난 노루, 고라니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숱하게 목격됩니다.

정부의 기후재난에 대한 대비 부족이 이번 산불을 키웠습니다. 이는 전혀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아니었습니다. 호주, 하와이, 캘리포니아 등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었고, 국내에서도 19년 고성·속초 산불, 22년 울진 산불, 23년 강릉 산불 등 반복되는 대형 산불이 있었습니다. 산림청 또한 산불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로 인해 산불이 빈도 증가와 대형화를 지속적으로 경고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후위기를 간과하고, 재난에 대한 대비조차 소홀히 했습니다.

무책임한 인력 운용은 산불 대응의 한계를 키웠습니다. 대형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설치된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전원이 무기계약직이며, 출장비나 각종 수당은 물론 제대로 된 방염복조차 지급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고작 월 4만 원의 위험수당 요구도 지금의 기획재정부가 2년 넘게 거절해왔습니다.

진화용 헬기 부족과 노후화는 초기 대응 실패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입니다. 산불 현장에 투입돼야 할 헬기 29대 중 8대는 부품이 없어 가동 중단된 상태이며, 대형 헬기는 단 5대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대부분 20년이 넘은 노후 기종입니다. 산림청이 헬기 임차를 위한 예산을 요청했지만, 이 또한 기획재정부가 예산 편성을 거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매번 ‘건전재정’과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강조해왔고, 최상목 기획재정부장관 역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미래세대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이야기해왔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건전재정을 이유로 필요한 곳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니, 현장에서는 제대로 재난에 대처할 수가 없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방관과 얄팍한 경제적 셈법이 산불을 기후재난으로 키웠습니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위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이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후재난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급격히 오른 기온은 더 많은 산불, 폭염, 가뭄, 폭우 등의 다양한 기후재난을 야기합니다. 기존의 재난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전면 개편해야합니다. 예고된 재난을 미리 대비하고, 발생한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인 탄소배출 감소에 국가가 앞장서야 합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무대응은 또 다른 재난을 낳습니다. 지금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터전과 공동체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기본소득당 동물·생태위원회 어스링스는 기후재난 종식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25년 3월 27일

기본소득당 동물·생태위원회 어스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