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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생떼가 '합의정신'이 되었습니까

1.4(화) 안건조정소위에서 노동이사제를 담은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2021년 마지막날 소위 논의에서 국힘 의원 두 분은 불참하셨지만 각 개별 법안, 각 조항들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의견을 확인했고 다음 회의에서 이에 대한 정부 의견을 다시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비상임 1인을, 임추위 거쳐서 임명하고, 법 공포 1년 후 시행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노동이사제 취지상 상임이사로 가는 것이 타당하며 이 경우 정수를 1명으로 할 수 있지만, 비상임으로 할 것이라면 1명으로 고정할 이유가 없고 의원안대로 1명 이상으로 가는것이 맞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사실 정부의견은 너무 답답합니다. 노동이사제 도입한다고 생색은 다 내는데 실상은 십수명 이사 중 깍두기 한 명 만들겠다는 심보가 아니면 상임도 아닌 비상임이사를 1명으로 제한하겠다고 할 수 있나요.

그러나 기재부는 오늘 회의에서 같은 의견만을 반복했습니다. 임원추천위원회와 시행시기, 비/상임 여부와 정수까지 말입니다. 이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이 이어지고, 질의가 이어지자 기재부 차관은 "국회에서 의결하시면 된다"고 답합니다. 지금껏 기재부 의견이 강하게 관철되어왔는데, 매번 이렇게 불리해지면 "국회가 정해라"라고 무책임하게 이야기합니다.

지난번 회의에 두 명의 위원 모두 불참한 국민의힘은 오늘도 배준영 위원 한 분만 오셨습니다. 오늘도 각 쟁점들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이 나눴고 국민의힘을 제외한 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정부안이 아니면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오늘은 크게 임추위와 시행시기가 쟁점이었는데요. 임추위를 꼭 거쳐야한다는 국민의힘 의견을 반영해서 임추위를 거치도록 하되, 다른 위원들의 의견도 반영해 시행령이 아닌 법조항에서 복수 추천을 명시하는 안, 그리고 시행시기를 6개월 이후로 하는 안이 제안되었습니다. 이마저도 시간을 달라고 하셔서 그 후에 통과시킬 수 있었습니다.

"어쩌라고. 그럼 지들끼리 처리하던가"

'우리 의견 아니면 절대 불가'가 합의정신은 아니지 않냐는 의원들의 의견이 나오자, 제 뒷쪽 보좌진 배석공간에서 나온 말입니다. 국민의힘 보좌진이 한 말이겠죠. 본인은 혼잣말로 내뱉은 말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조용한 타이밍에 나와서 꽤 크게 들렸습니다.

저는 역으로 묻고싶습니다. '우리 안이 아니면 그 어떤 합의도 불가'를 고집하는 것이 오늘 국민의힘 위원님께서 회의 초반부터 강조하신 "합의정신"입니까?

합의정신은 서로의 이견을 확인하고 쟁점들을 점점 더 좁혀가면서 하나하나의 합의점들을 만드는게 합의정신 아닌가요? 제가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지경입니다.

언제부터 생떼가 민주주의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합의의 기회조차 갖지 못해서 최대한 의견을 내고, 논리를 만들고, 회의록에라도 남겨서, 이번 회의를 근거로 다음 스텝을 구상하는 비교섭 의원은 그저 헛웃음이 나옵니다.

내부적으로 의견도 정리하지 못한 국민의힘의 생떼 덕분에 오늘도 기재부만 웃었습니다.

이제 내일 기재위 전체회의가 남았습니다. 사실 노동이사제뿐만 아니라 중요한 법안들이 국회에 많이 잠들어있습니다. 일하는 국회는 어디가고 정해진 사이클속에 양당간의 선합의한 법안만 찔끔찔끔 통과되곤 합니다. 합의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논의를 할수조차 없는 현실이 매우 답답합니다.

정치제도 개혁은 선거법뿐만 아니라 국회법 개정까지 함께 이루어져야한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합니다. 정치개혁안 관련 당론 논의부터 속도를 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