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당×여성위원회 공동논평] 서울시와 성북구는 미아리 성매매집결지 여성 이주 대책을 마련하라

신월곡1구역 재개발을 앞둔 성북구가 서울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인 ‘미아리 텍사스촌’ 강제 철거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암묵적인 묵인과 방조 속에서 불법적으로 돈을 번 건물주와 업주들은 벌써 막대한 이주 보상금과 개발이익을 챙겨 미아리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해당 구역의 가장 취약한 거주민인 여성들은 여전히 대책 없이 길바닥으로 내몰릴 상황입니다.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에게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원 근거는 이미 존재합니다. 성북구는 2017년에, 서울시는 2021년에 이미 성매매 피해자의 주거비와 생계비, 자활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와 성북구는 차별·소극 행정으로 지원 조례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서울시와 성북구가 시민들께 약속했던 탈성매매 사회로 나아갈 통합·적극 행정을 실천해야할 때입니다. 지원 조례는 시민의 인권을 보장하며 탈성매매 사회로 나아가자는 사회적 합의였습니다. 대책 없는 강제 철거로 성판매 여성이 죽거나 더 음지에서 성매매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은 해결 방법이 될 수 없기에 지원 조례가 제정된 것입니다.

작년 9월에는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일하던 30대 싱글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아픈 딸을 혼자 키우며 70대 아버지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었습니다. 성매매 산업에 흘러들어왔다가 불법 대부업에 노출되어 고리로 수십만 원을 빌린 이후 불법추심에 시달렸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회적 죽음이었습니다. 이러한 죽음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인식 속에 2017년 전주 선미촌, 2019년 대구 자갈마당, 가장 최근의 파주시 용주골에서 생계·주거·직업훈련 등 자립을 위한 공공 지원이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서울시와 성북구 또한 미아리 텍사스촌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주거와 생계 공간을 잃고 빠져나갈 수 없는 산업 구조에 갇힌 이들에게 이주하고 자립할 수 있는 시간과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십시오. 성북구청장은 관련 조례에 근거하여 이주 및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고, 지원 사업을 즉각 시행하십시오. 불법 이익을 누린 업주 중심의 보상 구조를 즉시 중단하고 기존의 보상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서울시 역시 성매매 집결지 정책의 인권 기준과 원칙을 수립하고, 서울시 차원의 자립·주거·심리 회복 지원 체계를 가동하십시오.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미아리 텍사스촌 여성들도 서울 시민입니다. 성북구가 대책을 마련하면 그때 지원하겠다며 뒤에 숨지 말고, 중랑구 면목동과 용산구 청파동 등 수많은 사례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성들이 더 보이지 않는 구조 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이제는 시가 직접 나서야 합니다.

가장 취약한 주민의 곁이야말로 정치와 행정이 존재해야 할 곳입니다.

2025년 4월 24일

기본소득당 서울시당×여성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