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커밍」 겨울호 (이승석의 사회연대경제 탐방) 사회연대경제와 아파트가 만나면
[사회적경제 현장을 가다2]
사회연대경제와 아파트가 만나면
- 협동조합형 아파트 ‘위스테이 지축’을 가다 -
이승석 (최고위원, 사회연대경제특별위원장)
로제와 브루노의 듀엣곡, 아파트(APT)가 화제다. 음원 발매 5일 만에 1억 뷰를 돌파하고, 국내외 각종 차트를 무섭게 석권하고 있다. 덩달아 1982년 발표된 윤수일의 ‘아파트’까지 재조명받고 있다. 두 곡을 적절하게 믹스한 콘텐츠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로제가 의문의 세대통합을 이루어낸 셈이다. 두 노래에서 아파트가 상징하는 의미는 다르지만 ‘사회현상’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몇 가지 동일한 코드를 찾을 수 있다. 아파트는 한국사회에서 도시화, 계층상승, 개인주의, 욕망, 소유 등의 이미지로 상징되어왔다. 공동체 해체와 극단적 개인화! 상품으로서의 특성이 강한 주거 공간! 그것이 오늘날 아파트를 상징하는 대표적 표현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연대경제가 운영하는 아파트의 모습은 어떨까!
협동조합형 아파트!
더위가 아직 위세를 부리던 지난 10월 17일, 위스테이 지축을 방문했다. 강성국 상임이사가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전 방문했던 위스테이 별내 이상우 상임이사도 함께 동석했다. 위스테이(WeStay)는 입주자 전원이 협동조합 구성원인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아파트 시행사는 사회적기업 ㈜더함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임대주택 공급사업으로 시작된 뉴스테이(NewStay)가 대부분의 사업자금을 정부에서 조달하면서도 그 이익은 기업에게로만 돌아간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분양세대와 임대세대간의 위화감 문제가 불거지면서 ㈜더함은 협동조합형 아파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끈질긴 설득 끝에 마침내 2016년 국토부 시범사업에 선정되어, 2020년부터 입주를 시작하여 1호 남양주시 별내(491세대)와 2022년 2호 고양시 지축(539세대)까지 두 곳 모두 현재 입주를 완료한 상태다. 협동조합형 아파트에서 만들어지는 이익은 대부분 주민들이 출자한 협동조합으로 돌아간다. 때문에 주변시세의 80~85% 수준의 낮은 임대료와 법정기준 2.5배에 달하는 커뮤니티 공간 구성이 가능해졌다. 특히 커뮤니티 공간은 위스테이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카페를 비롯한 작은도서관, 피트니스센터, 공동세탁실, 공유주방, 돌봄센터와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동네창작소, 동네텃밭 등에서 다양한 공동체 활동이 펼쳐진다. 커뮤니티 공간은 약 1년간의 논의를 거쳐 주민들 스스로 디자인한 것이다.
위스테이의 사람들
㈜더함은 애초 ‘백 개의 학교, 백 개의 일자리’를 아파트형 공동체의 목표로 설정했다. 백 개의 학교란 100가지 마을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말한다. 주민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운다. 그리고 동아리가 만들어지면 창업을 지원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 위스테이 별내의 경우, 현재 100개의 학교는 이미 완성되었고, 일자리는 80개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먼저 시작한 별내가 길을 트면, 후배인 지축이 이를 벤치마킹한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아이는 마을에서 키운다.
별내의 경우, 단지 내에 [시립 어린이집]과 [다함께 돌봄센터]를 운영하고, 학부모 조합원들이 그 운영에 직접 참여한다. 지축은 마을 어른들을 중심으로 ‘놀러온’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돌봄 공백시간에 아이들을 돌본다. 마을주민이 운영하고 단지 내 시설을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은 일반의 10~15% 수준이다.
둘째, 마을은 창업학교다.
‘백 개의 학교’라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주민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운다. 요가, 바리스타 등 각종 동아리 활동을 독려하고 지원한다. 별내의 경우 현재 50여개의 동아리가 활동 중이며 조건이 성숙한 동아리들의 창업을 지원한다.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협동상회협동조합], 분식을 판매하는 [같이하자협동조합]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마을 택배 [60플러스협동조합]등이 이미 만들어져 활동 중이다.
셋째, 소통을 통한 갈등관리
협동조합 아파트에도 층간 소음, 주차 분쟁 등 갈등은 존재한다. 위스테이는 입주 전, 갈등조정 교육을 통해 23명의 활동가가 회복적정의전문가 3급을 취득했고, 조합 내 갈등조정위원회를 통해 갈등을 접수, 조정, 해소하는 한편, 매월 마을축제를 통해 주민들 간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넷째, 담을 넘는 연대와 개방
위스테이는 도서관, 놀이시설과 같은 일부 시설을 외부에 개방하고 공유공간을 활용하여 남양주협동조합연합회에 사무실을 제공하는 등 연대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와 같은 활동으로 2021년에는 생활SOC 관련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2024년 국회에서 열린 [제6회대한민국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위부터 함께돌봄, 공동체강연, 물품나누기, 음악실, 운동실(위스테이지축 제공)
위스테이의 고민
위스테이 협동조합이 그간 이루어낸 성과에 대해서 사회연대경제는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의 고민은 매우 깊다. 왜냐하면 현재 의무 임대기간 8년 가운데 절반이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4년 후 그간 이루어온 성과의 대부분은 공중분해되고 말 것이다. 위스테이는 조합원이 출자지분 30%를,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자산관리회사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 부동산투자신탁)가 지분의 70%를 소유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4년 후 리츠는 다른 아파트처럼 일반분양하거나 임대유지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함으로써 얻는 혜택과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때문에 고민 지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정부가 기간을 연장하여 위스테이 협동조합이 계속 임대차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가. 둘째,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상 협동조합의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한 조항의 개정. 셋째, 분양과 임대유지에 관한 입주민들의 입장 정리 등이 그것이다. 앞의 두 가지는 법 개정 사항이고, 마지막은 조합원들 간의 합의와 의지의 문제다. 당일 현장간담회에서는 “임대인이 원할 경우 장기임대는 주거안정의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에 외국의 사례처럼 임대차 기간을 20년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 “[민특법]상 협동조합은 주택조합과 달리 아파트 임대 사업의 참여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위스테이의 경우, 협동조합 운영진이 리츠의 이사진으로 참여하는 우회적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등 협동조합형 아파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따듯한 아파트 공동체를 향해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전체 가구의 52.4%가 아파트에 거주한다. 가구 수로는 1227만 가구에 해당된다.(2022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서 인용)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매년 층간소음, 주차분쟁 등으로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두 지역에서의 실험에 불과하지만 4년 만에 위스테이 협동조합이 이루어낸 성과들은 사회연대경제가 아파트와 만났을 때 공동체 활성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아파트라는 집합적 공간의 특성이 이익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연대경제와 만났을 때 오히려 장점으로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가로막는 제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위스테이와 같은 성공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신도시를 개발할 때 협동조합형 아파트를 의무화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