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커밍」 겨울호 (문미정의 기본소득 人터뷰) MC기동이가 만들어낼 기본소득 공동체
MC기동이가 만들어낼 기본소득 공동체
문미정(기본소득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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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人터뷰> 코너를 맡고 처음 만난 당원은 창당 초반부터 함께해 온 최고령 당원이었다. 이번에는 이제 막 입당한 새내기 당원이다. 지난 총선을 치르면서 우리 당은 사회적경제 영역의 다양한 인사들을 영입했다. 기본소득당의 인사 영입은 선거를 앞둔 요식행위가 아닌 사회적경제가 기본소득과 공동 궤적을 만들어 나갈 주요한 영역임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그 접점에서 기본소득당의 사회연대경제 국장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 이기대 당원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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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라난 꿈
이젠 어둠이 내리고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없다. 그런데 그 시절에는 저녁밥 먹을 시간이 한참 지나 아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아도 부모님은 걱정이 없었다. 이기대 당원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그의 부모님도 으레 아들이 ‘동네 누군가의 집에서 밥 먹고 있겠지’ 생각했다.
전라남도 영광군 염산면. 어린이 이기대는 면 단위 인구가 5천 명도 안 되는 영광의 작은 시골 동네에서 살았다.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에는 아예 동네 형들과 놀면서 그 집에서 먹고 자고 한참을 보냈다. 동네에서는 누구랄 것 없이 아이가 오면 밥을 해먹이고, 내 아이가 아니어도 잘못하면 꾸짖고, 잘하면 함께 기뻐했다. 모든 마을 어른이 모든 아이들의 부모였던 그 시절 마을 공동체가 지금 이기대 당원이 꿈꾸는 곳이다.
기동이 아들 둥이
이기대 당원은 10년간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유튜브, 라이브방송에서 강의 진행을 맡아왔다. 유재석의 유산슬이라는 ‘부캐’가 유행하던 때라 이기대 당원도 부캐가 생겼다. 그때 사용했던 부캐가 바로 ‘MC기동이’ 였다.
기동이는 대학 시절 만난 지금의 ‘짝꿍님’과 졸업 후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했다. 광주의 은행에서 일하던 그는 결혼을 앞두고 서울에서 일하던 짝꿍님을 따라 서울행을 택했다. 3년 후 기동이 아들 ‘둥이’가 태어났다. 세 가족이 모두 스포츠를 좋아해서 야구와 농구 경기를 자주 보러 다닌다. 경기도 고양에 살면서 프로농구단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를 가족 모두가 응원한다. 집에서 5분 거리 경기장에 관람하러 간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하루는 장모님께 전화가 와서 “이서방 왜 울고 있어?”라고 하시더란다. 우연히 TV를 보다가 고양 소노를 울부짖으며 응원하고 있는 그의 가족을 알아보시고 전화로 놀리신 거다. 한 번의 TV 출연으로 가족들, 친구들에게 수없이 연락이 왔었다고 한다.
온 가족이 하나 되어 응원하는 농구와는 달리 야구 경기는 외롭다. 기아 팬인 이기대 당원과는 달리 둥이와 짝궁님은 두산 베어스를 응원하기 때문이다. 두산과 기아 경기가 잠실에서 열리기라도 하면 반드시 ‘직관’을 하는 편이다. 물론 직관을 할 때도 이기대 당원 홀로 외롭게 응원해야 한다. 경기의 승패로 설거지 등 집안일을 누가 할지가 정해지기 때문에 더욱 격정적인 응원이 될 수밖에 없다.
비록 야구에서는 다른 팀을 응원하지만, 아이가 본인을 닮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즐거워하는 사람이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둥이도 MC기동이처럼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는 MC기동이의 어린 시절처럼 마을 모든 이로부터 둥이가 사랑받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사회적경제를 만나다
그는 잘나가는 은행원이었다. 아니 잘나가는 은행의 잘 안 나가는 은행원이었다. 지금의 활동적이고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그를 보아서는 상상이 잘 안되지만, 은행원 시절 그는 창구에서 사람을 만나 영업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스트레스의 끝판왕이라는 대상포진까지 왔다. 결혼을 앞두고 훌훌 털어버리고 서울행을 결심할 수 있었던 데에도 과도한 경쟁 속에 내몰려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스트레스가 한몫 했다.
퇴사, 결혼, 새로운 집, 새로운 직장. 2015년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때 사회적경제를 처음 만났다. 고양산업진흥원(그때 이름은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 내 고양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근무하게 되면서였다. 실적 달성의 스트레스와 위계의 압박에 시달렸던 그에게 자발적으로 모여 자율적인 조직형태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공동소유와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애정은 갈수록 높아갔다. 하지만 당시 일하던 지원센터에는 협동조합 전문가가 전혀 없어서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당시 협동조합의 모든 자료들이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만큼 그곳에는 전문가들도 많았고 이기대 당원도 내심 욕심을 내던 곳이었다. 그러던 2016년 말에 채용공고가 발표되자 바로 지원하여 2017년에는 서울지원센터에서 일하게 되었다.
갈망하던 자리인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학습하고 실무도 배웠다. 모든 일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성도 쌓이고 인정받기 시작할 때쯤 욕심이 났다. ‘조금 더 협동조합을 시민들에게 친근감 있게 홍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쉽게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해 나가는 과정을 교육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다. 협동조합 1타강사 MC기동이는 그렇게 탄생하였다.
2024년 새해가 시작하자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휘하에 사라졌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통합하면서 11명의 직원 중 2명만이 고용승계되고 모두 해고당했다. 이기대 당원은 고용승계 되었지만 더 이상 애정이 남지 않았다.
백만 개의 명함을 가진 사람
홍대 전철역에서 한참 산울림소극장 방향으로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한참 걸어 골목 안으로 꺾어 들어갔다. 그 골목 끄트머리 건물, 그 끄트머리 건물의 지하 사무실에서 다시 이기대 당원을 만났다. MC기동이는 이제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강의하지 않는다. 대신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에 대한 코칭과 컨설팅을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사이트 ‘하우쿱’에서 MC기동이를 만날 수 있다. 이 지하 사무실은 바로 하우쿱에 올릴 그의 다양한 강의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공간이다. 그동안 강의했던 내용들을 한동안은 이 공간에서 촬영하게 된다고 했다.
이기대 당원은 기관, 시민단체, 온라인 매체를 넘나들며 협동조합에 대한 A에서 Z까지를 강의하는 협동조합 코디네이터 민간 자격 교육(전임강사) 쿱비즈협동조합의 1타강사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명함이 한참 더 있다. 고양특례시청 사회적경제육성위원회 육성위원, 영등포구청 사회적경제육성위원회 육성위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제도개선위원회 총괄위원, 인천광역시 사회적경제 자문위원, 국립암센터 암환자사회복귀지원센터 자문위원, 드림셰어링 ESG전략본부장, 사회적경제뉴스 객원기자, 쿱비즈협동조합 부설연구소 부소장, 기본소득당 사회연대경제국장 등 공식 직책만 해도 열 개가 넘는다. 직책이 없는 활동들도 많다. 최근 이사하기 전까지 지역자치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동네 온갖 스포츠 모임을 운영한다.
그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드림셰어링이다. 드림셰어링은 꿈을 나누는 협동조합으로, 다양한 교육 사업과 환경개선 사업을 하고 있다. 이기대 당원은 기후위기에 다음 세대를 위해 지금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나무를 심기로 했다. 드림셰어링은 베트남 짜빈성 지역의 사라지는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는 활동을 한다. 숲의 복원을 통해 다양한 어류들이 살 수 있는 좋은 환경의 공간을 만들면 지역민들은 다양한 어종을 확보할 수 있고 지구 환경에도 효과적이다. 맹그로브 나무는 탄소를 가두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교육사업으로는 암환우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사업을 한다. 유방암, 난소암 등 여성암 환우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협동조합 창업을 위한 교육,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소아암 환우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꿈찾기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 글을 가지고 자신만의 책을 출판해 봄으로써 스스로의 꿈을 그려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본소득을 만나다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정치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꽤 오래전부터 받아왔다고 한다. 본인이 살던 따뜻한 시골마을의 공동체를 내가 사는 곳, 내 아이가 사는 곳에서 만드는 협동조합이 좋았다. 그리고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하는데 도움을 주는 일이 행복하기만 했기에, 정치를 하는 건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그에게 변화가 생겼다.
행복한 공간이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가 올해 초 문을 닫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사회적경제가 후퇴되고, 오세훈 시장이 무분별하게 기관을 통폐합 하면서 제대로 된 논의나 설명도 없이 어렵게 쌓아온 성과들이 사라져버렸다. 정당한 사유 없이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정쟁에 희생돼 쓰러져가는 것을 보며 정치가 똑바로 서지 않으면 결국 수많은 국민들이, 죄 없는 사람들이 희생된다는 것에 분노했다.
협동조합 활동가로 살며 세상을 따뜻하게 연결하는 활동을 맘껏 하는 세상을 꿈꿨다. 그리고 그가 만난 기본소득은 바로 이런 세상의 밑그림이라고 이야기한다. 기본소득이 실현되는 사회가 되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들, 사회연대경제 기업 그리고 활동가들이 더 많은 활동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요즘 그의 소망은 ‘기본소득이 실현되는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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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고 있다는 자신감이 그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할까 궁금했는데, 바쁘게 애정을 쏟아내는 다양한 활동들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세상에 다정하고 모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기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의심할 수가 없다.
이기대 당원과 만나며 그는 여러 번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고, 아이도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 살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살다 보면 누군가를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또 몇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이일 수도 있다. 그때 누군가 이기대에 대해 물어봤을 때 “훌륭한 친구야”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로부터 받는 사랑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그 사랑 속에서 MC기동이가 만들 기본소득 공동체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