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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말 '할 수' 있습니까?

사흘 전 본회의 필리버스터 중 민주당이 수사권 조정 법안 수정안을 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여야가 합의한 의장 중재안이 법사위를 거치면서 중수청 설립과 경제·부패 범죄 수사권 이전 조항이 슬그머니 사라지더니, 본회의에 올라온 수정안은 검찰이 경제·부패 이외 범죄도 수사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당 조항들에 대해서 계속 항의해서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수사와 기소 분리를 외쳤으면서도 국힘 의원들의 논리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는 말입니까? 그들이 스스로 합의한 내용을 파기까지 했는데도요?

박병석 의장께서는 본인이 중재를 주재하셨으면서도, 그 중재의 결실인 합의안을 형해화시키는 요청을 왜 하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최소한 중재안을 고수하는 의사진행이라도 하셔야 이치에 맞는 것 아닙니까.

이런 느슨한 법안으로는 정치검찰의 역사를 끝낼 수가 없습니다. 여든 야든 낡은 질서에 대항하려는 정치인이 검찰의 기획된 수사와 자의적 기소 앞에 좌절하고 무릎 꿇고 두려움으로 알아서 몸을 사리는 역사는 반복될 겁니다.

저는 수사-기소의 분리가 역사적으로 요청되는 과제라 믿어, 민주당의 다소 무리한 의사진행방식에 큰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검찰의 행태가 보여줬다시피 거대한 기득권과 맞서는 과정에서는 온갖 종류의 잡음과 진통,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이 수시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렇게 안을 후퇴시킨다면 저 무리한 의사진행은 과오대로 남고, 시대적 과제조차 그대로 좌초해 버리는 것입니다.

'검수완박'이 부정적 프레임이니 그렇게 부르지 말고, 검찰정상화나 검찰개혁법으로 불러달라고 민주당측 인사들께서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헌데 민주당 스스로 법안의 실질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검수완박'과는 안드로메다 거리에까지 다다랐습니다. '협치의 승리'라고 해야 합니까? 아니면 처음부터 의지가 없었던 것이었습니까?

이런 법안을 위해 여러 우려사항들을 무릅쓰고 필리버스터 찬성 연설까지 했었어야 했나 의구심이 듭니다.

민주당, 정말 '할 수' 있습니까?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잊은 건 아닙니까? 

2022년 4월 30일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