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커밍」 가을호 (이슈 인커밍) '온 국민 햇빛바람연금'을 위한 과제
재생에너지 이익 배당으로서 ‘햇빛바람연금’의 과제
장흥배(용혜인 의원실 보좌관)
햇빛바람연금, 참 잘 만들어진 이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재생에너지 전환과 소득 보장이라는 시대 과제, 태양과 바람이라는 무한 공유부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 가치의 생산, 이 가치에 대한 원천적 공유자들의 권리가 모두 녹아들어 있다. 처음 듣는 사람들에겐 호기심을 자아내고, 그 내용을 알면 큰 호감을 줄 것 같다.
게다가 상당수 농어촌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현실성까지 갖췄다. 연 수백만 원에 이르는 햇빛바람연금을 지급받는 주민들이 이미 존재하며 조금씩 늘고 있다는 것은 공유부형 기본소득의 시대를 현실 지평 위에 올려놓는다.
그러면 햇빛바람연금은 이 모든 미덕으로 앞으로 발전 산업과 주민소득보장 정책의 주류로 쑥쑥 성장할 수 있을까? 이를 가늠하려면 이 정책이 기초하는 제도 기반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일은 햇빛바람연금이라는 이름이 뿜어내는 다소간 신비한 매력을 반감시킬 것이다. 하지만 소중한 씨앗을 지키고 그 씨앗이 숲을 이루게 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주민 참여 이익공유제의 원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제도
신재생에너지법은 발전설비 용량 500MWh 이상 보유하는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라고 한다(RPS는 Renewable Portpolio Standard의 약자). 발전사업자는 2024년 현재 전체 발전량의 13.5%를 신재생에너지로 의무 공급해야 한다. RPS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발전사업자는 미달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만큼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발전사업자가 RPS를 이행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발전사가 직접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햇빛바람연금에 직접 관련되고 더 중요한 다른 하나는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것이다(REC는 Renewable Energy Certificate의 약자).
REC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생산하여 공급한 전력에 대해 그 전력량만큼 한국에너지공단이 발급해주는 공급인증서다. 여기서 발전사가 생산하여 판매한 재생에너지 매출과 별도로 REC 매출을 올린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즉 <재생에너지 발전사 매출 = 재생에너지 판매 매출 + REC 판매 매출>이다. RPS 의무를 지는 발전사는 직접 생산하는 재생에너지가 RPS 의무량을 총족하지 못할 경우에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사로부터 REC를 구매해 의무량을 이행한다.
REC 제도를 시행하기 전인 2010년까지는 재생에너지 거래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은 경우 그 차액을 지원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있었다(FIT는 Feed-In Tariff의 약자). REC는 판매와 구매의 거래가 대부분 전력 ‘시장’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FIT와 다르다. 하지만 아직 핵발전 및 화력발전에 비해 떨어지는 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높여주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는 FIT와 동일하다.
RPS 및 REC 제도는 모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려는 제도들이다. 그 중에도 경제적·사회적·환경적 가치의 중요도를 반영한 것이 REC 가중치 제도다. 가중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및 연료 혼합의무화제도 관리·운영지침」(이하 운영지침) 별표2에 규정되어 있다. 태양광 발전을 일반부지에 설치하는 경우는 가중치가 0.8~1.2인 반면, 임야에 설치한다면 환경적 중요도를 반영해 가중치 0.5를 부여한다. 가중치가 0.5라면 공급량이 10MWh일 때 5MWh의 REC가 발급된다. 일반부지에 태양광 발전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임야에 설치할 때보다 환경에 부담을 적게 준다고 여겨 높은 가중치를 주는 것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햇빛바람연금과 직접 관련된 가중치가 바로 운영지침 16호에 규정된 주민 참여 가중치다. 이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발전소 총사업비의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경우 추가로 주어지는 가중치다. 사업비 부담 비율과 에너지원(태양광, 육상풍력, 해상풍력)에 따라 다른 가중치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 500kWh 이상 일반부지 태양광 발전소에 주민이 총사업비의 4% 이상을 출자했다면 1.2의 가중치에 더해 0.2의 가중치가 추가로 주어져 총 가중치가 1.4가 된다. 이 태양광 발전사는 10MWh의 전력 공급에 대해 14MWh의 REC를 발급받을 수 있다.
성공 모델로 가장 많이 언급하는 신안군 자라도·안좌도의 햇빛연금은, 주민이 만든 협동조합이 발전사업 총사업비의 4%를 발전사 회사채를 매입하는 형식으로 출자에 참여하고, 주민참여 추가 가중치 0.2를 받은 사례다. 주민에게 주어지는 이익 배당액은 <발전사 전력 생산량 x 60원/kWh x 주민참여 가중치 0.2>라는 산식에 따라 계산된다.
강원 영월 구래리와 경북 봉화 오미산, 강원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 전남 자은 바람발전소, 전북 군산 육상태양광발전소 등 다른 햇빛바람연금 사례들도 발전사가 이익을 배당하는 원천이 REC 가중치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주민 참여와 이익 배당 방식들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시행되는 햇빛바람연금의 원천은 핵발전이나 화력발전 대비 재생에너지의 기술적 우위나 재생에너지 발전사의 가격 경쟁력 우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법령에 따른 RPS 및 REC 제도, 그중에도 주민 참여 가중치로부터 오는 것이다. 햇빛바람연금은 REC 주민 참여 가중치를 발전사 회사채 형태의 ‘참여 지분’으로 만든 것이다.
주민 참여 이익배당의 비용을 둘러싼 이해관계
하늘에서 떨어진 재화가 아닌 이상, REC 가중치에 따른 주민 참여 이익 배당액의 비용을 누군가가 부담해야 한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REC를 구매하는 RPS 발전사업자가 REC나 REC 가중치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한국전력이 RPS 발전사의 REC 구매 비용을 기준가격으로 정산해 준다. 이때 한전의 REC 정산 기준가격보다 RPS 발전사의 REC 구매 가격이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이 차이에 따라 REC 구매 발전사는 이익을 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다.
RPS 발전사의 REC 구매 손익이 중립이라고 가정하면, REC 비용의 최종 부담자는 전체 전력 소비자 즉 전체 국민이다. 한국전력의 REC 정산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 전력량요금 + 기후환경요금 ±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다시 기후환경요금은 RPS 비용 + ETS(배출권거래제) 비용 + 석탄발전 감축비용으로 구성된다. 주민 참여 REC 가중치 비용이 반영되는 항목이 바로 RPS 비용이다. 2023년 기후환경요금은 kWh 당 5.3원이었으며, 이 중에서 RPS 비용은 1.8원이었다.
결국 주민 참여 가중치가 반영된 REC 비용의 최종 부담자는 이익 배당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전체 전력 소비자이다. 그리고 최근 개선되고 있지만 한전의 적자 누적을 감안하면 한전도 최종 부담자의 일부라 할 수 있고, 공기업 한전의 적자가 어떤 식으로든 공공자금으로 메워져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한전이 부담하는 비용의 최종 귀착지도 전체 국민이라고 말할 수 있다.
REC 제도 운용 비용의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것은 햇빛바람연금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주민 참여 REC 가중치에 대한 부담자가 주로 도시 주민이라는 것은 전력 생산에 따른 각종 부담을 주로 지역이 맡고 있는 구조, 낮은 전기요금의 혜택은 대도시에 집중되는 기존 전력 시장 구조에 비춰 오히려 정의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햇빛바람연금이 지금보다 더 확대된다면 지금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는 것들이 부상할 것이다. 즉 제한된 주민에게 수혜를 주는 한편 전체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은 증가하게 되는 이해관계 대치선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며 이는 예측 가능한 사실이다. 햇빛바람연금의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지점도 여기다.
햇빛바람연금이 국민 모두의 연금이 되기 위해서는
그래서 도시민들도 햇빛바람연금의 수혜자로 만드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시행 중인 햇빛바람연금은 대도시권에서 멀리 있는 도서 지역이나 산악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인구밀도가 낮아 참여 주민당 수혜금액이 크기에 주민 수용성이 높다. 또한 REC 가중치 우대 이외에도 발전 용지 확보가 용이하며, 낮은 지가에서 오는 생산비 절감 효과 등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도시형 햇빛바람연금 모델과 관련해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건축물을 이용한 태양광 설치 확대다. 현행 REC 가중치 제도는 건축물 등 기존 시설물을 이용하는 태양광에 대해 최고 1.5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모든 신축 건축물과 태양광 설치가 적합한 기존 건축물에 대해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나아가 주민 참여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불과하고, 중요한 것은 도시형 햇빛바람연금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법은 도시민과 지역 주민 가릴 것 없이 모든 국민을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의 배당권자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유력한 재생에너지원이 해상풍력발전이다.
해상풍력발전은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육상풍력이나 태양광보다 훨씬 더 큰 발전 용량이 요구되기에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달성에 유리하다.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공공 개발의 필요성이 크고, 그만큼 국민 모두를 수혜자로 설계하는 제도의 정당성도 크다.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는 해상풍력발전을 확대하기 위해 국회에는 현재 여러 건의 해상풍력 육성법이 발의되어 있다. 이러한 법률들은 주민 참여 이익공유에 대해 신재생에너지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햇빛바람연금을 이상적인 공유부형 기본소득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해상풍력 육성법에 공공투자와 국민 전체에 대한 배당을 제도적으로 담아내야 한다.
여기서 다시 고민되는 점은 현행 햇빛바람연금의 재원이다. 수혜 국민의 범위를 넓힌다고 해서 REC 가중치 제도에 따른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에 따른 전사회적 이익과 국가적 이익을 논외로 치면, REC 가중치 제도에 따라 전국민이 부담하는 햇빛바람연금의 비용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전국민이 수혜자가 되더라도 그 비용은 전기요금으로 다시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
따라서 햇빛바람연금이 진정한 국민 배당이 되기 위해서는 핵발전이나 화석연료 발전과 대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에너지균등화비용LCOE으로 측정한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해외 주요국들과 비교하든 국내 핵발전이나 화력발전과 비교하든 여전히 매우 높은 실정이다.
그러므로 단지 햇빛바람연금을 확대하자는 주장만으로는 호소력이 충분치 않다.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대해서도 공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 지가, 금융비용, 인허가 등 간접비용에 대해서도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준비하고 촉구해야 한다.
한편 참여 주민을 재생에너지 발전기업 운영의 주체로 세우는 일도 공유부 기본소득에 깃든 공유자 민주주의 관점에서 지향해야 할 과제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햇빛바람연금에서 참여 주민의 법적 지위는 지분권자와 구분되는 채권자이다. 신안군도 처음에 주식형 모델을 구상했지만 내부 검토를 거쳐 채권형으로 전환했고, 이후 채권형 모델이 다른 주된 모델로 굳어졌다. 채권형이든 주식형이든 이익을 배당받는다는 점에서는 발전사에 대한 지분권을 갖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주식 지분권자가 주주로서 주주총회나 이사회 같은 발전사의 거버넌스 구조에 참여할 법적 지위를 가지는 반면, 채권자는 채권의 보유에 따른 투자 수익을 배당받는 지위에 머문다.
실제로 현재 시행되는 햇빛바람연금에서 참여 주민은 발전사 운영에 대해서는 어떤 권리도 행사하지 못한다. 덴마크 재생에너지법은 발전사업자가 해안선에서 16Km 이내에 위치한 육상·해상 풍력발전에 대해 지역 주민에게 최소 20%의 지분 소유권을 부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정부가 제공하는 가격 지원금을 받을 수 없고, 벌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
햇빛바람연금을 국민 모두의 연금으로 만들기 위한 제도적 과제 못지않게 정치적 과제도 중요하다. 그것은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억압 정책에 맞서 현행 햇빛바람연금의 제도 원천을 보호하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설정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2%를 21.6%로 낮췄고, 여기에 맞춰 발전사업자의 RPS도 낮췄다. 2025년 20.5%를 거쳐 2026년 이후 26%로 예정되었던 RPS는 윤석열 정부 들어 2025년 20.5%, 2030년 25%로 축소되었다. 여기에 더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은 현행 RPS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의 반(反)재생에너지 기조를 고려하면, RPS를 확대하기보다 축소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REC 가중치라는 일종의 공적 보조금에 그 재원을 의존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자체의 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햇빛바람연금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RPS 제도의 유지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과제들을 꼼꼼하고 과감하게 실행함으로써, 국민 모두를 위한 햇빛바람연금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