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커밍」 가을호 (신지혜의 톺아보기) '동자동 사랑방' 박승민 활동가의 동자동 쪽방촌 이야기
신지혜의 톺아보기 ①
‘동자동 사랑방’ 박승민 활동가의 동자동 쪽방촌 이야기
신지혜 (최고위원, 모두를위한복지국가특별위원장)
이번 호부터 사회복지 현장의 활동가를 인터뷰하는 ‘신지혜의 톺아보기’를 연재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위해, 우리 시선이 향해야 할 곳을 묻는다.
“사랑방에 오신 분들이 깜짝 놀라세요.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을 줄 몰랐다고. 저도 처음 왔을 때 놀랐어요. 최첨단 도시 서울에서 60~70년대나 볼 법한 주거 환경에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게 현실이죠.” - 박승민 활동가
서울역 근처, 과거로 돌아갔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동네. 전국 최대 규모 쪽방촌인 동자동 쪽방촌. 1960-70년대에 만들어져 허름하고 낮은 건물들이 좁은 골목을 이룬다. 그 건물 내부는 좁은 쪽방들로 나뉘어져 있다. 건물 속을 들여봐야 쪽방임을 알 듯, 쪽방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보인다. 7년째 동자동 쪽방촌 주민과 삶을 나누고 있는 '동자동 사랑방' 박승민 활동가를 만났다.
‘동자동 사랑방’ 소개를 부탁드려요.
2007년에 지역활동가들이 주민들과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직접 쪽방을 얻어 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몇 달 뒤에 동자동 사랑방을 만들었어요. 어려움에 처한 주민들을 도와주고, 공원에서 영화도 보고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니 찾아오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사랑방이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저는 2017년 11월부터 일했으니 7년째 일하는 중이에요.
'동자동 사랑방'의 활동가 일상은 어떤가요?
사랑방에 오면 점심시간까지 점심 한 끼를 천 원에 판매하는 ‘식도락(쪽방촌의 공동식당)’ 일을 돕고, 오후에는 사무를 봐요. 오늘도 파산 신청하시는 주민의 서류 준비를 도와드릴 거예요. 병원에 동행하는 경우도 있어요. 보통 사람들도 의사한테 물어보는 게 어렵고 눈치 보이잖아요. 병원 가면 주민분들이 주눅 들기도 하고, 제대로 물어보기 힘들어하셔요. 의사의 말을 제대로 이해 못 하기도 하고요. 의사 선생님이 주민분 현재 상태가 어떤지 설명하면 그걸 다시 주민에게 설명해 드리기도 해요.
‘쪽방’에 대해 들어봤어도 좁다는 것 외에 주거 환경이 어떤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아요.
대표적인 큰 건물에는 40~50명 정도 살아요. 한 층에 10~15가구 정도 사는데 층별로 화장실 1개, 세면장 1개가 있어요. 세면장이 취사 공간이기도 한데, 씻고 싶어도 다른 사람이 세면장을 이용하고 있으면 씻지 못하죠. 한 건물은 서울시 지원을 받아서 좌식 화장실을 양변기로 바꿨어요. 그런데 작년 겨울에 양변기가 동파돼서 계단이 꽝꽝 얼어붙은 일이 있었어요. 위험하니까 주민들이 못 내려왔어요. 그게 한겨레에 보도됐죠. 건물주는 계단이 워낙 심하게 얼어서 도저히 해결 못 하겠다고 손을 내저었어요. 주민들이 살아가기 위해 바깥출입을 해야 하는데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래 뿌리기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목숨 걸고 계단을 내려온 거죠.
주거환경이 굉장히 열악한데, 쪽방 월세는 어느 정도인가요?
30만 원 전후라고 파악하고 있어요. 2015년 이전에는 15만 원 이하였어요. 2015년에 일정 소득 이하인 분들에게 월세 지원해 주는 주거급여❶가 생겼어요. 그런데 주거급여가 생기면서 방세가 오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건물주들도 환경이 열악하니까 월세를 많이 올리지 않았거든요. 주거 급여액이 30만 원 정도 되니까 도배만 새로 한 다음에 30만 원 전후로 방세를 정해버리더라고요. 주거급여 지원받으시는 분들은 그나마 나은데, 쪽방 주민 중에 주거급여 못 받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분들에게 몇만 원 오르는 것은 정말 큰 부담이죠. 2019년에 한국일보에서 쪽방 탐사 보도를 했는데, 쪽방 평균 평당 임대료가 서울 전체 아파트의 평균 평당 월세보다 훨씬 높다고 하더라고요. 타워팰리스보다 비싸다고.
쪽방이 노숙인이 되기 전의 마지막 보루라고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나요. 거리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 쪽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건물주가 세입자로 존중해 주나요?
쪽방에 오기 전에 노숙했던 주민분들도 많아요. 쪽방이 노숙에서 벗어날 그물망 역할을 하는 셈이죠. 쪽방 접근성이 좋은 건 보증금이 없기 때문이에요. 서울시 어디에도 보증금 없이 한 달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없잖아요. 그런 상황을 이용하는 게 쪽방이죠. 쪽방의 건물주는 시설을 고쳐 달라는 세입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요. 월세 내는 집에 문제가 있으면 집주인이 해결해 주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런데 건물주나 부동산중개업자는 쪽방은 예외라고 말해요. 보일러가 고장 나도 건물주가 안 고쳐주고 주민보고 고치라고 해요. 추운 겨울에 전기장판 하나로 버텨야 하죠. 천장에 물이 새는 방에 사는 분이 급한 대로 비닐로 막아놓고 건물주에게 고쳐 달라고 요청했어요. 건물주는 고칠 계획 없으니 살기 싫으면 나가라고 해요. 복도에 큰 구멍이 나서 엄청 위험해 보여도 모래주머니 하나 툭 던져줄 뿐이에요. 건물주에게 쪽방 주민들은 ‘이렇게 살아도 되는 사람들’인 거죠.
폭염, 폭우나 혹한 상황이 발생하면 언론과 정치권이 관심을 가지고 쪽방촌을 찾곤 하죠. 정부나 지자체가 에너지바우처 지원 같은 정책도 하고요. 이런 대책이 주민에게 도움이 되나요?
에너지바우처가 지급돼도 초기에는 못 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쪽방 자체가 개별 계량기가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문제를 지적해서 이제는 현금으로 수령하게 됐어요. 금전적 도움은 없는 것보다 낫지만, 이처럼 더울 때는 더위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죠. 정부는 에너지바우처 주면서 시원한 데 가서 더위를 피하라고 하는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인 거죠.
한파나 폭염이 주거약자에게 더 고통스러운 재난이 되고 있어요. 대피소로 더위를 피하지 않아도 될 집다운 집에서 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일 텐데요.
그래서 공공개발을 계속 요구했어요. 민간 개발은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개발 계획도 못 냈고, 된다고 해도 개발한다고 주민들을 쫓아내려 할 거거든요. 2020년에 영등포 쪽방촌 공공개발 발표됐을 때 주민들이 엄청나게 부러워했었어요. 동자동 쪽방촌이 전국에서 가장 큰 쪽방촌이니까 ‘우리도 되긴 되겠지’ 기대도 했고요. 그런데 2021년에 갑자기 발표가 난 거예요. 주민들에게 “나라에서 공공임대 아파트 지어서 살게 해준대요.”라고 설명해 드리면 “그러면 너무 좋지.”하고 다들 기뻐하셨죠.
발표한 지 3년이 지났는데, 공공개발 계획은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발표 나고 2년 지나면 공사를 시작했어야 했는데, ‘지구 지정’도 안 됐어요. 국토부에서는 계속 건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해요. 건물 층마다 주인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계속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작년 12월까지 들었어요. 공공개발을 찬성하는 건물주도 있고, 무조건 민간 개발해야 한다는 건물주도 있고,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건물주들도 있어요.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건물주들은 그냥 지금처럼 살자는 건데요. 주민분들 중 방세를 계좌이체 하는 분보다 현금으로 내는 분이 많거든요. 현금으로 월세 받으면서 지금처럼 소득 신고도 안 하고 싶은 거죠. 방이 10개만 있어도 월 300만 원 수입이 생기잖아요.
“주변에 비어있는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 살면 되지 왜 쪽방촌을 공공개발해서 함께 살려고 하느냐”라는 질문도 많이 받지요?
정말 많이 받는 질문이죠. 우선 공공임대주택이 적어서 들어가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고요. 전세임대 지원 정책으로 이사 가신 분들도 있는데, “집만 좋아졌다고 살 수 없다.”라고 이야기하세요. 이전에 이사하신 분 중에 거기서 고독사하신 분도 있고요. 쪽방촌이 열악하지만, 처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말 안 해도 ‘사연이 있겠지’하며 이해하고 서로 챙겨주는 게 분명히 있어요. 근데 이사하면 나 혼자뿐이잖아요. “공기 좋고 한적한 곳으로 집단 이주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 노동력 없는 취약계층들이 모여 사는 것을 어느 지자체에서 환영하겠어요. 그리고 왜 우리가 지금 사는 여기 살면 안 되냐는 생각이 들어요. 공기 좋고 한적한 곳은 교통이 불편한데, 차 없는 주민들이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주민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병원 가는 것인데, 그러려면 이동이 편한 곳에서 살아야 하고요. 공기 좋고 한적한 곳에서 모여 살라는 말은 주민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태도에서 차별을 느낀 적도 많으시죠?
‘가난한 사람은 이래야 한다’라는 선입견을 경험할 때가 많죠. 예전에 국민의힘과 건물주들이 쪽방촌 개발 관련된 토론회를 열어서 주민들이랑 같이 공공개발이 필요하다는 피케팅을 하러 갔어요. 연대하는 활동가가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있었는데, 토론회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여기 주민 아니죠?”하면서 따지듯 묻더라고요. 그래서 그 활동가가 아니라고 답했더니, “거 보라고. 쪽방 사람들이 아메리카노를 먹겠냐”라고 하는 거예요. 쪽방촌 사람들은 아메리카노도 마실 수 없다는 게 저들의 정서인 거죠. 또 기자가 쪽방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서 소개해 줬어요. 그런데 방이 너무 깨끗하다고 다른 방을 소개해 주면 안 되냐고 해요. 쪽방에 살면 깨끗하게 살면 안 되나요? 어느 날은 유통기한 이틀 지난 요구르트인데 드리면 나눠 먹겠냐고 묻는 전화를 받았어요. 쪽방촌에 살면 유통기한 지난 것도 고마워하며 먹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나 봐요.
쪽방촌에 사는 누구나 쪽방 주민 대상 시설을 이용할 수 있나요? 혹은 쪽방 지정 등 별도의 절차가 있는 건가요?
서울시가 쪽방으로 인정한 건물이 있어요. 계약서를 가지고 서울시에서 위탁운영하는 쪽방상담소를 찾아가면 그 건물이 쪽방인지 확인한 뒤에 쪽방 주민임을 증명하는 작은 스티커를 신분증 등에 붙여줘요. 그걸 가지고 가면 쪽방 주민에게 지원되는 것들을 받을 수 있어요.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 발표가 난 뒤에는 건물주가 ‘쪽방 건물에서 빼달라’는 요청을 서울시에 해요. 쪽방 인정을 못 받으면 거기 살던 주민은 이용했던 여러 혜택을 이용 못 하게 돼요. 쪽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죠. 공공개발이 발표됐을 때 요구했던 것 중 하나가 쪽방으로 등록되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공공임대주택에 못 들어가면 안 되니 조사를 다시 하라는 거였어요. 분명히 쪽방인데 쪽방으로 인정을 못 받은 곳이 있으니까요.
거르고 걸러서 기초생활보장제도 속에 들어가듯 쪽방 대상 주민들도 거르는 선별이 있네요. 복지제도에서 쪽방 주민들이 경험하는 아쉬운 점이 있나요?
쪽방상담소에 등록되어 있는 주민들은 나눠주는 물건을 받을 수 있죠. 이런 것 때문에 쪽방을 못 떠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시스템이 주민들을 못 떠나게 하고 받는 것에 익숙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주민들에게 물건 나눠 주고 휙 가버리는 게 아니라 주민들과 관계 만들어 가는 방식이 더 좋다고 봐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해 지급되는) 생계 급여를 받으면 일을 하면 안 돼요. 수급비가 끊길 수 있으니까. 근데 일을 안 한다는 건 사회와 단절이 된다는 거잖아요. 잠깐씩 뭔가 해서 소득을 만들고 살아가는 이유를 만들 수 있는데, ‘그냥 수급비만 받아먹고 살아라’라는 식으로 사회활동 기회를 차단해 버리는 건 암울하죠. 주민분들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기억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직장인이면 금요일에 ‘내일은 쉬겠네’ 이런 생각하는데, 주민들은 그저 병원 가는 날 정도를 챙겨요.
주민분들에게 ‘기본소득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신다면요?
기본소득이 있었으면 주민들의 삶이 참 많이 달라질 수 있었겠다고 생각해요. 기본소득이 있었다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험은 차단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삶의 질적인 부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정책이 기본소득인 것 같아요. (기본소득 외에) 더 어려운 것은 복지가 지원해 주면 되는 문제인 거고.
동자동 사랑방에서 일하면서 빈곤이나 복지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나요?
동자동에서 일하기 전엔 저도 ‘노가다(막노동)라도 가서 일하면 되는데 왜 안 할까’라고 생각했어요. 빈곤은 텔레비전에서나 보는 거라고 생각했고요. 여기서 일해보니 가난은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구조적 문제가 굉장히 크더라고요. 구조적인 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인이 시련을 겪고 일어나기가 훨씬 힘드니까요. 시작부터 가난했던 사람이나 태어나면서 고아였던 사람은 가난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더 어려워요. 이런 시련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손가락질하고,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굉장히 특혜받는 것처럼 여기는 건 잘못된 시각이라고 봐요.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면 그 나라의 복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어요. 쪽방 주민들은 복지 혜택을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인데도 사는 것이 너무 비참해요. 그런데 정부에서는 복지 늘렸다고 자랑해요. ‘우리가 이만큼 해줬다, 베풀었다.’ 하는 인식이 있어요. 차라리 세금이나 제대로 걷고 쓸데없는 데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동자동 사랑방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죠. 꼭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21년에 공공주택사업이 발표되고 난 뒤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주민이 돌아가셨어요. 주민분들 대부분이 건강이 안 좋은 상황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힘들어하세요. 지구 지정이라도 빨리 되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본소득당 당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일단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제넘게 이런 말을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작은 힘들이 모여서 사회가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함께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❶ 근로능력여부, 성별, 연령 등에 관계없이 국가의 보장이 필요한 대상으로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재산의 소득환산액)이 기준중위소득의 48% 이하인 가구에 지급한다. 2024년도 기준으로 1인 가구일 경우 소득인정액 기준 1,069,654원 이하일 때 주거급여 대상이 된다. (참고 : 대한민국 대표 복지 포털 ‘복지로’ https://www.bokjiro.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