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마셜제도공화국의 보편 기본소득 실시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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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마셜제도공화국의 보편 기본소득 실시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태평양의 섬나라 마셜제도공화국이 오는 12월 1일, 역사적인 첫발을 뗀다.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국가 단위 보편 기본소득 프로그램 ‘엔라(ENRA)’를 세계 최초로 실시하는 것이다.
‘음식 바구니’를 뜻하는 마셜제도 원주민 말 엔라(ENRA)는 “공동체 누구도 굶주리게 두지 않는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이 철학을 담아 실시하는 엔라는 일회성 지원금이나 소규모 실험이 아니다. 국가의 재정 구조를 기반으로 영속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우리는 마셜제도공화국의 담대한 결단을 환영하며, 이것이 전 세계 복지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마셜제도공화국 정부에 의하면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연간 약 800달러(분기별 200달러)를 지급한다. 마셜제도의 1인당 GDP인 약 7,500달러와 비교하면 11%에 해당하여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를 우리나라 국민 1인당 GDP인 약 34,000달러에 대입하면, 한 사람당 매월 약 40만 원(연 480만 원)을 받는 것과 같다. 4인 가구라면 월 160만 원의 고정 소득이 생기는 셈이다. 국민 삶과 경제를 책임지겠다는 마셜제도공화국 정부의 의지가 느껴진다. 또한, 기본소득을 수표나 현금 외에도 미국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으로 디지털지갑 ‘로말로’(모두의 바다)에 지급받을 수 있다. 금융과 행정 인프라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 시도라고 평가된다.
마셜제도공화국은 비극의 역사를 모두의 자산, 곧 공유부로 승화시켰다. 과거 미국이 이곳에서 67번이나 핵실험을 벌이며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뺏기고 생태계에 커다란 피해를 겪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은 1982년에 마셜제도공화국과 ‘자유연합협정’을 맺었고, 신탁기금을 조성해 자본을 적립하기로 했다. 2027년에 미국의 자본 적립은 종료될 예정이다. 마셜제도공화국 기본소득의 연간 재원은 이 신탁기금의 연간 운용 수익 중 약 절반이다. 마셜제도공화국은 기금을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만들거나 수익을 정부 재량에 맡기는 대신, 정치공동체 모두에게 귀속된 자산으로 보고 ‘시민의 권리’로서 기본소득을 주기로 했다.
이번 결정을 “작은 섬나라니까 가능하다”라는 식으로 보는 시선도 있을 것이다. 마셜제도는 인구가 적고 미국의 지원금이라는 특수 자원이 있으니 가능한 예외적 사례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외면한 말이다. 본질은 어느 나라든 있는 공유자산을 기본소득 원천으로 전환한 정치적 결단에 있다.
대한민국은 훨씬 더 크고 역동적인 공유부를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대한민국의 땅값, 즉 토지자산 가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1% 세율의 토지보유세를 신설하여,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n분의 1로 나누기만 해도 1인당 연간 100만 원 이상 ‘토지배당’을 지급할 수 있다. 모두의 자원인 바람을 이용하는 해상풍력 기업에 대해 정부가 공공지분을 설정, 사업 이익을 국민에게 ‘바람배당’으로 주는 것도 가능하다. AI 글로벌 3강 목표에도 필요한 'AI 국부펀드'를 공유부 삼아 그 투자 이익을 배당할 수도 있다. 결국, “국민 모두의 것을 국민 모두에게 돌려주겠다”는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된다.
마셜제도공화국은 현명한 외교와 담대한 비전을 통해 역사적 비극을 지속 가능한 기본소득 프로그램으로 바꿔냈다.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과 기후 위기가 모든 나라의 보편적 문제가 되는 지금, 마셜제도공화국의 이번 결단은 세계 각국의 정책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다. 이는 내란을 이겨내고 새로운 사회경제 모델을 만들어가려 하는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정부는 이미 밝힌 ‘기본사회’ 청사진을 이제는 현실에 옮길 때다. 대선 공약이었던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부터 서둘러 구성하고 가동해야 한다.
‘모두를 위한 음식 바구니’, 전 국민 기본소득을 향한 마셜제도공화국의 도전을 지지하며, 대한민국이 전 국민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두 번째 국가가 되도록 기본소득당은 앞장서서 노력할 것이다.
2025년 11월 24일
기본소득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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